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단상] 빨래를 빨며

지역뉴스 | | 2023-11-07 14:06:45

단상, 한연성,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나는 교복을 입었던 세대다. 매주 토요일 수업(그 땐 토요일에도 수업이 있었다.)을 마치고 집에 오면 맨 먼저 하는 일이 실내화와 교복을 빨고 교복에 달린 흰색 칼라를 빨아 풀을 먹이는 것이 주말의 일 중에 하나였다.

다행히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와 조금 시스템이 자유로운 학교를 다녀서 목 언저리에 다는 칼라 대신 블라우스를 입었고 일요일 오후엔 블라우스를 다려서 걸어놓고 월요일을 기다리곤 했다. 교회 갈 때도 교복을 입었으니 사복은 그리 많지 않아 교복 블라우스를 제외한 사복은 한 달에 한번 빨래를 하곤 했다.

우리 엄마의 지론은 “자기 옷은 자기가 알아서 빨고 다려서 입기”라 우리 자매들은 각자의 옷가지를 정리했었다. 한 달에 한번 청바지를 비롯한 사복 빨래도 우리 집에는 세탁기가 없어 한옥집 마당에 아예 빨래판과 빨래대야가 비치되어 있었고 동생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빨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손으로 빨래를 하자니 겨울엔 손이 시려서 고무장갑 안에 털장갑을 끼고 투덜대던 생각도 난다.

마당의 빨랫줄에 한달 치의 빨래를 널고 나면 중요한 일을 마친 후의 그 뿌듯한 자부심에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발전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오후 5시경엔 발전소의 공기를 빼는 시간이라 검은 미세한 검댕이가 날아다니며 빨래에 묻어 다시 빨아야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5시 전에 모든 빨래에 관한 일을 마쳐야했다. 여름엔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야겠기에 고생하여 널은 빨래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외출도 조심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경에 아버지의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인 수동식 세탁기. 한쪽은 빨래를 돌리고 다른 한쪽은 탈수기능이 있었던 두 칸으로 만들어진 세탁기. 우선 내가 손으로 빨래를 비비지 않으니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고 게다가 탈수의 혁명은 가히 인간이 달을 다녀온 그 느낌에 비교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불 빨래를 하려면 온통 마당에 양동이부터 모두 모아 발로 밟고 짜고, 털고 그리고 함께 접었다.

오늘 퇴근 후 빨래를 돌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어릴 적 그 때를 생각하니 현대 문명의 축복이 실감난다. 부모세대에 “우리는 전쟁 후 어렵게 살았다. 너희는 고생을 몰라서 투정이다.”라는 잔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기억도 있다. 정말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우리는 세기를 뛰어넘는 첨단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젠 배움의 목표가 공부보다는 인간성을 가르쳐야할 때이니 말이다.

<한연성/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IRS, 내년 표준공제·과세소득 기준 발표
IRS, 내년 표준공제·과세소득 기준 발표

공제 400~800달러 상향 연방 국세청(IRS)이 최근 고물가 및 임금 상승 등을 반영한 2025년도 소득에 대한 표준 공제 기준을 최근 공개했다. IRS는 2025년도 소득의

전국 주의회서도 한인 정치인들 대거 당선 ‘약진’
전국 주의회서도 한인 정치인들 대거 당선 ‘약진’

전국 한인 후보들 선전  지난 5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각급 선거에서 한인 후보들의 승전보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동부 뉴욕부터 최서단 하와이까지 미 전국에서 출마한 한인들

추방 위협하며 성관계 요구·돈 갈취…한인 CBP요원 체포

괌 국제공항 근무하며 연방 이민당국 요원으로 근무하는 한인이 공항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에게 입국심사를 도와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다 체포됐다. 이 대원은 또 한국인 여행객이

트럼프, 백악관 비서실장에 와일스 지명…첫 여성 비서실장
트럼프, 백악관 비서실장에 와일스 지명…첫 여성 비서실장

■ 트럼프 2기 요직 인선은대선캠프 지휘 와일스 발탁그레넬, 안보보좌관 1순위머스크·폼페이오 등 물망내각‘충성파’일색될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첫 인사조치

[기준금리 인하 배경·전망] 연준 지속적 인하 기조 확인… 인플레 완화 반영
[기준금리 인하 배경·전망] 연준 지속적 인하 기조 확인… 인플레 완화 반영

12월에도 금리 내릴 전망경기악화 시 ‘실기론’ 의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종료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매트리스 25만개 ‘한국산’ 위조 덜미

미국 아마존서 판매 중국·베트남산 매트리스를 한국산으로 위조해 미국에 수출한 일당이 한국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관세법·대외무역법 등 위반 혐의로 수입·가공·

트럼프 당선후 '캐나다 이민' 검색 폭증

최대 5천% 이상 증가정치 양극화 따른극심한 '선거 스트레스' 방증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던 사이, 인터넷에서 캐나다 이민에

‘독도는 우리 땅’ 과자, 미국 수출
‘독도는 우리 땅’ 과자, 미국 수출

올바름, 한인마켓 입점유통망 지속적 확장   일본 판로가 막히는 위기에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문구를 지킨 쌀과자가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7일 전남 장성군 등에 따르면 장성에

금가격, $2,700 돌파…인플레 헤지수단 인기

금 가격이 7일 껑충 뛰며 2,700달러 선을 돌파했다. 7일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GCZ2

동물실험 피해 달아났나…미국서 연구소 원숭이 43마리 집단탈출
동물실험 피해 달아났나…미국서 연구소 원숭이 43마리 집단탈출

뇌 질환 치료제 등 연구시설…"탈출한 건 실험 받은 적 없는 개체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소도시 연구소에서 원숭이 43마리가 탈출해 주택가에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다고 AP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