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시론] 과학기술 연구에 무용지용(無用之用)을 허하라

지역뉴스 | | 2023-10-26 15:27:05

시론,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현재 미중 전략 경쟁은 과학기술의 판도에 따라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선의 최첨병인 미국도 중국의 폭발적 과학기술 부상을 의식해 연구개발(R&D) 확대, 인력의 유치와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기술 디커플링이라는 벽에 막혀 자립화를 선택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인력과 자본 그리고 시장을 최적화해 게임체인저의 우회로를 찾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극한 사고’를 요구하면서 ‘국가의 명운은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독려하고 있다. 특히 ‘두 손으로 목을 조른다’는 의미를 지닌 차보쯔(chokehold)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연구 강화와 원천형 혁신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성패는 정책 의지와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에 달렸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과학기술 예산을 매년 두 자릿수 늘렸다. 2019년 2조 위안(약 37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 위안(약 554조 원)에 달했다. 기초과학 분야에만 우리나라 전체 R&D 규모에 달하는 1951억 위안(약 36조 원)을 지원했다. 더 나아가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전략기술 거버넌스를 구축해 전 지역, 전 영역에서의 R&D 인프라가 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치밍(Qiming)’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가동해 해외 전문 인력 유치와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약 5억 5000만∼9억 원에 달하는 보수, 주택·복지·교육에 대한 파격적 대우를 내걸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진 과학자 양성 및 사용 강화 조치’에 따르면 신진 과학자의 독립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하고 국가 주요 연구 과제의 책임자 중 절반 이상을 40세 이하 신진 과학자에게 맡겼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중국 각지의 대학 입시 이과 수석 합격생들은 대부분 칭화대 정보과학·전기전자공학 등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계 일부의 예산 나눠 먹기 관행과 ‘이권 카르텔’의 폐해를 들어 내년도 전체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6% 삭감한 21조 5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러한 단견은 과학기술 연구 생태계를 무너뜨려 중요한 장기 연구 대신 단기적 성과를 좇게 하고 학문 후속 세대들을 연구실 밖으로 밀어내며, 항상적 연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시킬 것이다. 더구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의 기초과학 현실을 고려하면 국제적 협동 연구가 필수적인데 예산 삭감은 기술과 정보 유출의 위험에 더욱 노출되게 할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계에 이권 카르텔이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예산 삭감을 무기로 과학기술계를 수술대에 눕혀 놓는다면 연구 의욕을 꺾고 책임자들은 관료의 눈치만 보게 될 것이다.

몇 해 전 중국과학원의 저우샹위 원사가 기초과학 연구가 ‘유용성’만 중시하고 ‘쓰지 못하는 것의 무용성(無用之用)’을 경시하면 과학 강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자 중국 정부가 즉각 과학기술 정책을 변화시켰다. 우리나라 굴지의 화장품 회사도 과학재단을 설립하면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사고하며 연구의 영역을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한다”고 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우선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예산을 무기로 단기 성과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실패를 용인하고 북돋우는 인내가 절실하다. 예산을 무기로 들고 과학기술계를 순화시키기 전에 청년들이 도전 정신을 버리고 의과대학으로 몰려드는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가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이것은 근대화의 논리가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의 거대한 파고를 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 가기 위한 길이다. 한미 동맹이 아무리 강화돼도 우리의 차보쯔 기술이 없는 한 미국이 한국을 보는 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중국에 대한 당당한 외교도 과학기술의 사람·기술·자본이 있을 때나 가능할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정석란 작가, 애틀랜타서 보태니컬아트 초대전 개최
정석란 작가, 애틀랜타서 보태니컬아트 초대전 개최

"식물과 인간의 교감 담아" 한국을 대표하는 보태니컬 아티스트 정석란 작가의 특별 초대전이 애틀랜타 마리에타에 위치한 피치트리 아트센터(Peachtree Art Center) 갤러

'이민당국 현대차 급습' 올 정치경제 10대 뉴스에
'이민당국 현대차 급습' 올 정치경제 10대 뉴스에

AJC, 각각 두번째·다섯번째 선정 "현대사태로 조지아 정부 큰 망신"트럼프 대응 변화엔 "권력 한계" 지난 9월 발생한 연방이민당국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급습 사건이 지역 최대 일

AAA, 연말연시 음주자 차량 견인 서비스
AAA, 연말연시 음주자 차량 견인 서비스

24일-1월 2일, '토우 투 고' 서비스 전미자동차협회(AAA)가 연말연시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극을 막기 위해 무료 견인 및 귀가 서비스인 '토우 투 고(Tow to Go)' 프

애슨스 역주행, 한인 남편 이어 아내·태아 끝내 사망
애슨스 역주행, 한인 남편 이어 아내·태아 끝내 사망

22일 아내와 태아 사망 판정 조지아주 애슨스에서 발생한 끔찍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한인 남편이 현장에서 숨진 데 이어, 병원으로 옮겨졌던 임신 중인 아내와 태아마저 끝내 세상을 떠

브라운대 총격범, 대학원 중퇴후 고립된 삶…"유령같은 존재"
브라운대 총격범, 대학원 중퇴후 고립된 삶…"유령같은 존재"

브라운대 박사과정 몇달 만에 그만두고 모국 포르투갈 돌아가NYT "가족·친구와 연락끊고 지내"…전 프로파일러 "무시 못견디는 성격일 것"  브라운대 총격 용의자 시신 발견지점 부근

물류거점창고에 불체자 8만명 수용 추진…'아마존택배' 방식
물류거점창고에 불체자 8만명 수용 추진…'아마존택배' 방식

조지아주 소셜서클,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의 샤워장.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

최악 조지아 산모사망률...이유 있었네
최악 조지아 산모사망률...이유 있었네

전문가 "표준 진료 체계 없어"산모들, 의료현장서'무시'일쑤 조지아가 전국 최악의 산모 사망율과 열악한 산모·영아 보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구조적 결함을 지

'성실 의무 위반' 귀넷 이민 변호사 영구 제명
'성실 의무 위반' 귀넷 이민 변호사 영구 제명

수임료 받고도 의뢰인 방치 피해노크로스 크리스 테일러 변호사    조지아주 대법원이 의뢰인들의 이민 사건을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 노크로스 소재 '테일러 리 앤 어소시에이츠(

올해 고속성장 C Land, 내년 한국 진출 추진
올해 고속성장 C Land, 내년 한국 진출 추진

올 거래실적 120%늘어조지아선 300% 급성장 C Land 부동산(대표 스티븐 리)은 12월 19일 뉴저지 포트리에 위치한 허드슨 매너 연회장에서 내빈들을 초대해 송년 모임을 갖

교육판매세 수입↑...돈 걱정 없는 귀넷교육위
교육판매세 수입↑...돈 걱정 없는 귀넷교육위

세수실적 목표치 크게 상회대대적 시설 개선사업 나서  귀넷 카운티의 교육 특별목적판매세(E-SPLOST, 이하 교육 판매세) 세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귀넷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