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맛집 도장 깨고, 인증샷 남기고… 놀이가 된‘웨이팅’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3-10-20 17:44:21

웨이팅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웨이팅을 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맛있는 음식이 있거나 예쁜 사진을 남길 포토존이 있는 곳이란 뜻이죠. 친구들이랑 만날 땐 30분 정도 웨이팅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동선을 정해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의 '노티드 월드'에서 만난 엄주희(21)씨는 1시간 30분 '웨이팅' 끝에 음료 두 잔과 크림 도넛 두 개를 받아 들었다. 노티드 월드는 유명 디저트 브랜드인 노티드가 340평 규모로 만든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한정판 컵케이크와 도넛, 음료를 파는 카페로 포토존과 시원한 석촌호수 풍광을 볼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 지난 3월 처음 문을 열자마자 오픈런(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고 시작되자마자 달려가 물건을 사는 것)의 성지가 됐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도넛 브랜드 노티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 3월말 오픈하자마자 '오픈런 성지'가 됐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연 첫 주말에는 "300번대까지 웨이팅이 이어졌다", "4시간을 기다려도 못 들어갔다" 등의 후기가 줄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사진은 오픈 당일 대기하는 사람들 줄.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도넛 브랜드 노티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 3월말 오픈하자마자 '오픈런 성지'가 됐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연 첫 주말에는 "300번대까지 웨이팅이 이어졌다", "4시간을 기다려도 못 들어갔다" 등의 후기가 줄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사진은 오픈 당일 대기하는 사람들 줄. <연합뉴스>

엄씨도 평일인 이날 오픈 시간인 10시 30분에 맞춰 매장에 왔지만 이미 앞엔 30여 명이 대기 중이었다. 그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포토존에서 친구와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 윤혜준(21)씨는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라면서 "인테리어도 예쁘고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아 창가 자리만 보장된다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웨이팅은 하나의 문화이자 놀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오랜 기다림 끝에 입장해 건진 인증샷과 후기를 공유하며 성취감을 느낀다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웨이팅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가 자기 시간을 투자해도 실패하지 않을 핫플레이스임을 보증한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

 

굿즈·포토존은 웨이팅 마케팅 포인트

 

젊은 세대는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대신 기다리는 시간에 즐길거리를 찾는다. 그래서 '0차 문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겼다. 어차피 1차로 가려던 맛집이나 굿즈숍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니 현장에서 입장 대기를 걸어놓고 기다리는 동안 머무를 다른 카페, 식당 등(0차)을 미리 정해두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앱 등을 통한 원격 줄 서기가 가능해지면서 '0차 문화'가 생겼다"면서 "기다리는 시간에 갈 만한 공간에 대한 정보까지 미리 찾고 동선을 짜두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이 웨이팅을 즐기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곳이 인기다. 요즘 핫플레이스엔 인증샷을 남길 만한 포토존이나 포토부스를 마련하거나 기다려야만 받을 수 있는 굿즈가 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인기 캐릭터 '최고심'의 팝업 스토어 '건강이 최고심'에선 웨이팅 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대기표인 '문진표'와 포스터를 나눠준다. 문진표는 방문객들의 건강을 응원하고 고민을 해소해 주는 곳이라는 콘셉트에 맞춘 굿즈다. 문진표 왼쪽 칸에 방문객이 고민을 적은 뒤 오른쪽에는 '님이 최고라네요', '걱정할 필요 없다네' 등 스토어 안에 비치된 격려 문구 도장을 찍어 완성한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2시간을 기다려 숍을 방문했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여기에서만 받을 수 있는 문진표와 포스터 때문에 꼭 방문하고 싶었다"면서 "포스터는 고이 간직해 방 벽면에 붙여 두었다"고 자랑했다.

 

웨이팅 맛집 '도장 깨기' 하며 성취감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의 기저에는 기다림으로만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향한 열망이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오픈런을 시도하는 건 제품·매장의 희소가치 영향(59.4%)이라는 응답과 남들보다 먼저 구매했다는 성취감 때문(45.8%)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일상 기록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모(31)씨는 "친한 친구들을 만날 땐 무조건 웨이팅이 오래 걸리는 곳을 찾아 '도장 깨기'(유명한 도장의 실력자를 꺾듯 특정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기록을 세우는 일)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가 도장 깨기를 한 곳은 스페인 감자칩 브랜드 보닐라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 용산구에 오픈한 '보닐라츄러스'. 이곳은 '아시아 최초'라는 희소성으로 가오픈 기간부터 방문객이 몰렸다. 김씨는 "1시간 45분 정도 기다렸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이어서 다음 날 또 갔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성취감은 'SNS 업로드'로 비로소 완성된다. 김씨도 "SNS에 웨이팅 후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올려 은근히 자랑하거나 꿀팁을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시태그(#)에도 그런 경향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1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웨이팅'을 해시태그로 건 게시물만 18만 개. 웨이팅과 관련된 또 다른 단어인 '오픈런'은 8만6,000개, '가오픈'은 23만4,000개에 이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웨이팅 후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가 '득템'(좋은 것을 얻었다는 뜻)인데 어렵게 얻은 기회라는 점이 큰 만족을 주는 것"이라면서 "이 만족감을 취향을 전시하는 공간인 SNS에 자랑하고 싶은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한 만큼 얻는다" 형평성에 만족

 

기존의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적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게 웨이팅 문화다. 웨이팅 문화가 유행하는 현상은 웨이팅 자체를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이 돌아오는 것으로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웨이팅은 순서대로 원하는 것을 획득한다는 규칙이 있는, 일종의 형평성이 보장된 행위"라면서 "이 때문에 요즘 세대들이 긴 시간의 기다림도 수용할 만하다고 여기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노력하지 않고 얻었다'는 편법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오래 기다려서 원하는 걸 얻었다'는 게 자랑이 된 셈"라고 덧붙였다.

타인의 경험을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근거로 삼고자 하는 심리도 반영한다. "오래 기다렸지만 만족스러웠다"는 타인의 후기는 곧 기다린 만큼의 결과를 보장받는 근거가 된다. 요즘 세대가 열정적으로 방문 후기를 미리 찾아보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노티드 월드 오픈런 후기를 블로그에 올린 김유진(24)씨도 "후기 업로드 당일부터 방문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본 주변 친구들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즐길거리는 많은지 등 정보를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개신교 교인 3명 중 1명만 ‘성경 매일 읽어요’
개신교 교인 3명 중 1명만 ‘성경 매일 읽어요’

매일 31%·일주일에 몇 번 30%읽기 습관이 신앙 유지 도움교인 대다수, 성경 권위 인정 미국 개신교 교인 대다수는 성경을 정기적으로 읽지만, 매일 읽는다는 비율은 약 31%인

‘백인 복음주의’ 트럼프 지지층… 1년 전보다 지지도↓
‘백인 복음주의’ 트럼프 지지층… 1년 전보다 지지도↓

직무 수행 ‘찬성’ 69%계획·정책‘지지’58%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이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지만, 지지도는 1년 전보다 약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

심장 건강 지키고 장수하기… 8가지 습관 유지하라
심장 건강 지키고 장수하기… 8가지 습관 유지하라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충분한 숙면 중요… 규칙적 운동 반드시과일·채소·통곡물·해산물 등 건강 식단혈당·혈압·콜레스테롤 등 수치 관리해야 통계적으로 보면, 당신은 다

양치질, 너무 세게 하다간 이빨 다 망가진다
양치질, 너무 세게 하다간 이빨 다 망가진다

치과의사들 경고한 습관“ 5회 이상은 너무 과해” <사진=Shutterstock>  양치질은 치아 건강의 시작과 끝으로 꼽힌다. 그러나 너무 자주, 세게 하면 오히려 치

명절에 찐 살 간헐적 단식으로 뺀다?… 별 효과 없어
명절에 찐 살 간헐적 단식으로 뺀다?… 별 효과 없어

1,995명 참가한 대조실험 분석 결과다른 식이요법 효과와 크게 차이 없어장기 유지 가능성 고려해 식이 전략을살 빼려다 뇌졸중, 대체감미료 확인해야 <사진=Shuttersto

“1초도 길다” 250배 빨라진 양성자빔… 폐암 환자에 쐈더니
“1초도 길다” 250배 빨라진 양성자빔… 폐암 환자에 쐈더니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양성자 치료기기를 도입했던 삼성서울병원이 고선량 방사선 치료법인 ‘플래시(FLASH)’의 임상 적용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삼성서울병원은 한영이·최창훈

“사진 초점이 하나도 안 맞네?”… 부모님 폰 보다가 깜짝
“사진 초점이 하나도 안 맞네?”… 부모님 폰 보다가 깜짝

시야, 노년기 삶의 질·안전 좌우… 선제 관리 필요백내장 수술 만족도, 인공수정체 선택 따라 달라져건강 상태·생활 환경· 직업 등 다양한 요소 고려해야 설 명절은 흩어졌던 가족들이

담배 입에도 안댔는데 폐암?… ‘폐질환’ 있으면 7배 뛴다
담배 입에도 안댔는데 폐암?… ‘폐질환’ 있으면 7배 뛴다

국내 연구진이 담배를 전혀 피운 적 없어도 폐암 발병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위험인자를 규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김홍관·이정희 폐식도외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지원준 교수

커피 적당히 즐겨 마시면 체중 증가 위험 줄어
커피 적당히 즐겨 마시면 체중 증가 위험 줄어

하버드 프랭크 후 교수팀15만여 명 조사 결과 커피를 즐겨 마시면 체중 증가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커피 섭취와 체중 증가는 반비례 관계란 것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

암 전문의가 권장하는 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음식들
암 전문의가 권장하는 암 위험을 낮추기 위한 음식들

■ 워싱턴포스트 특약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감귤류·사과·토마토 등 과일·채소 충분히 섭취를염증 낮추는 통곡물은 대장암 위험 30% 감소시켜붉은 고기·가공육 피하고, 설탕 음료도 줄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