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전문가 에세이] 동물 공포증

지역뉴스 | | 2023-10-04 18:15:30

전문가 에세이,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뒷마당에 열린 대추는 내 꺼가 아니다. 얄미운 다람쥐 몫이다. 그 전에 정성껏 심은 복숭아나무, 오렌지나무의 과실도 다람쥐 군단의 침략을 받았다. ‘오늘 내일 익으려나?’ 기다리던 내가 미처 맛도 보기 전, 다람쥐들이 제멋대로 드나들며 알맞게 익은 열매만 골라 전멸시켰다.

누가 다람쥐를 귀엽다고 했나. 나도 첨부터 걔네들을 미워한 건 아니다. 그날따라 나무 밑 벤치에 앉아있는 나를 못 봤는지 다람쥐 두 마리가 시시덕대며 대추나무로 접근, 그동안 눈여겨 보아둔 가장 탐스런 열매에 손을 뻗치는 게 아닌가. 분기탱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휘저으며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아! 나쁜 놈들아!” 난 그때 분명히 봤다. 징그런 꼬랑지를 치켜세운 다람쥐 두 놈이 흰 이빨을 드러내며 킬킬 웃는 모습을! 그러더니 순식간에 잘 생긴 대추알을 움켜쥐곤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내 눈을 빤히 마주보며 오두둑오두둑… 하더니 먹고 남은 씨를 내 쪽으로 뱉어냈다. “?!”

기어가는 동물은 다 밉다. 무섭다.

쥐, 바퀴벌레는 물론이려니와 기어가는 개미, 거미도 무섭고 남편이 친구들과 낚시를 간다며 준비한 지렁이 미끼 깡통을 첨 봤을 땐 거의 실신했다. 값비싼 활어집 흰 접시 위를 기어가던 토막 난 낙지도 무섭고, 그리피스 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스스스스 하며 고개 들고 서있던 방울뱀도 기절, 주변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을 변화시킨대서 더 징그러운 도마뱀, 구더기처럼 머리 없는 흐늘흐늘 무척추동물, 상상만 해도 소름이다.

그중에서도 마당에 사는 도마뱀이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건 열대지방 얘긴 줄만 알았다. 캘리포니아답지 않게 무더웠던 이번 여름, 우리 집에서 일어난 납량특집 실화다.

하루는 이층 구석방에서 옷장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남편의 공포에 찬 단말마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오오오! 빨리이이이!” 너무 놀라 들고 있던 옷가지를 내동댕이치고 단숨에 구르듯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키친 냉장고 바닥 틈새에 손가락 사이즈의 도마뱀 한 마리, 그 앞 약간 떨어진 거리에 남편. 둘이 서로 노려보며 대치 중인데 이 커다란 성인 남자의 손에 들린 무기는 하필 가느다란 핑크색 파리채가 아닌가. 누구라도 먼저 움직이면 상대가 반격할까봐 그냥 그렇게 팽팽한 대치국면으로 초침은 째깍째깍 흘러갔고, 보다 못한 내가 손에 닿는 대로 커다란 바가지에 튀김옷 만들려고 준비한 밀가루 묽은 반죽 통을 냅다 도마뱀 위에 거꾸로 덮어씌우는데 성공! 허연 밀가루 물반죽을 온몸에 뒤집어쓴 도마뱀은 익사인지 질식사인지 마침내 명이 다한 채 나중에 치워졌고 분홍색 파리채 사나이와 나는 한동안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은 채 발뒤꿈치로 걸어 다녔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것을 불안 장애의 하나인 특정공포증(Specific Phobia) 범주 안에서 설명한다. 곤충, 거미, 개 등 동물 공포, 높은 데나 막힌 데서 일어나는 상황 공포, 피나는 것이나 상처, 시체 등 혈액-주사-손상형 공포, 천둥 번개 같은 자연현상 공포 등, 이것들이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반응이라는 걸 환자 본인도 안다.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도 하고 혈압이 오르거나 내리면서 실신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는 게 특징이다. 

기어가는 동물은 다 무섭다고 했더니 친한 남자 동료 하나가 “아기 안 낳고 안 키웠어요?” 하고 비웃는다.

“아기가 기어가면 무섭겠네요? 우린 군대 가서 다 기었다구요. 낮은 포복, 높은 포복 아십니까? 한 손 한 다리로 기는 응용 포복, 철조망 통과할 땐 드러누워 포복인데, 흠…… 기어가는 동물은 다 무섭다니 이를 어쩌죠?” 그렇다면 다시 고쳐 말할 수 있다. 난 기어가는 네 발 이상 동물이 정말 무섭다.

<김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정석란 작가, 애틀랜타서 보태니컬아트 초대전 개최
정석란 작가, 애틀랜타서 보태니컬아트 초대전 개최

"식물과 인간의 교감 담아" 한국을 대표하는 보태니컬 아티스트 정석란 작가의 특별 초대전이 애틀랜타 마리에타에 위치한 피치트리 아트센터(Peachtree Art Center) 갤러

'이민당국 현대차 급습' 올 정치경제 10대 뉴스에
'이민당국 현대차 급습' 올 정치경제 10대 뉴스에

AJC, 각각 두번째·다섯번째 선정 "현대사태로 조지아 정부 큰 망신"트럼프 대응 변화엔 "권력 한계" 지난 9월 발생한 연방이민당국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급습 사건이 지역 최대 일

AAA, 연말연시 음주자 차량 견인 서비스
AAA, 연말연시 음주자 차량 견인 서비스

24일-1월 2일, '토우 투 고' 서비스 전미자동차협회(AAA)가 연말연시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극을 막기 위해 무료 견인 및 귀가 서비스인 '토우 투 고(Tow to Go)' 프

애슨스 역주행, 한인 남편 이어 아내·태아 끝내 사망
애슨스 역주행, 한인 남편 이어 아내·태아 끝내 사망

22일 아내와 태아 사망 판정 조지아주 애슨스에서 발생한 끔찍한 역주행 교통사고로 한인 남편이 현장에서 숨진 데 이어, 병원으로 옮겨졌던 임신 중인 아내와 태아마저 끝내 세상을 떠

브라운대 총격범, 대학원 중퇴후 고립된 삶…"유령같은 존재"
브라운대 총격범, 대학원 중퇴후 고립된 삶…"유령같은 존재"

브라운대 박사과정 몇달 만에 그만두고 모국 포르투갈 돌아가NYT "가족·친구와 연락끊고 지내"…전 프로파일러 "무시 못견디는 성격일 것"  브라운대 총격 용의자 시신 발견지점 부근

물류거점창고에 불체자 8만명 수용 추진…'아마존택배' 방식
물류거점창고에 불체자 8만명 수용 추진…'아마존택배' 방식

조지아주 소셜서클,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대부분이 수감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의 샤워장. 이 사진은 2021년 11월 진행된 미

최악 조지아 산모사망률...이유 있었네
최악 조지아 산모사망률...이유 있었네

전문가 "표준 진료 체계 없어"산모들, 의료현장서'무시'일쑤 조지아가 전국 최악의 산모 사망율과 열악한 산모·영아 보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구조적 결함을 지

'성실 의무 위반' 귀넷 이민 변호사 영구 제명
'성실 의무 위반' 귀넷 이민 변호사 영구 제명

수임료 받고도 의뢰인 방치 피해노크로스 크리스 테일러 변호사    조지아주 대법원이 의뢰인들의 이민 사건을 방치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 노크로스 소재 '테일러 리 앤 어소시에이츠(

올해 고속성장 C Land, 내년 한국 진출 추진
올해 고속성장 C Land, 내년 한국 진출 추진

올 거래실적 120%늘어조지아선 300% 급성장 C Land 부동산(대표 스티븐 리)은 12월 19일 뉴저지 포트리에 위치한 허드슨 매너 연회장에서 내빈들을 초대해 송년 모임을 갖

교육판매세 수입↑...돈 걱정 없는 귀넷교육위
교육판매세 수입↑...돈 걱정 없는 귀넷교육위

세수실적 목표치 크게 상회대대적 시설 개선사업 나서  귀넷 카운티의 교육 특별목적판매세(E-SPLOST, 이하 교육 판매세) 세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귀넷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