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삶과 생각] 이웅평 대위와의 짧았던 만남

지역뉴스 | | 2023-09-05 17:52:39

삶과 생각, 김덕환 팔로알토 갤럭시부동산 대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애애애앵~ “국민여러분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이 시각 현재 인천방면 서해안으로 북한의 전투기가 공습중입니다. 이 상황은 실제상황입니다! 신속히 안전한 방공대피소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40년전인 1983년 2월25일 오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6.25전쟁 후 최초로 남한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최초의 실제 공습경보가 울렸던 것이다. 나는 불과 18일후 제78기 사관후보생으로 공군교육사령부로 입소를 앞두고 있었다.

초중고생 때 한국전쟁의 참상에 대해 배울 때마다 살인적인 겨울추위의 장진호에서, 백마고지에서, 그리고 다부동 낙동강 전선에서 처절한 전투에 내몰려 인민군과 중공군의 총탄에 맞아 피어보지도 못한 청춘의 꽃봉오리를 흩뿌리며 전사해야했던 불쌍한 선배들을 생각하면서 몸서리를 치곤했는데, 이제 드디어 우리차례가 온 것인가? 하며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나는 오산 미7공군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정보장교로 복무하던 중 오산으로 파견 나온 공군본부의 75기 선배 서경환 대위에게 헌칠한(?) 키로 운 좋게 눈에 띄었다. 본부에서 함께 제대할 그분의 동기 박성현 대위의 후임으로 천거돼 당시 대방동 공군본부의 주한외국 무관단 연락장교로 운 좋게 전속하게 된 것이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고 육군 보병으로 전방에서 복무하겠거니 했던 예상과 달리 카펫이 깔려있고 에어컨과 가죽소파가 설치된 멋진 사무실에서 외국무관들을 맞으며 군복무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제대를 6개월 앞둔 86년 2월의 어느 날, 사무실 소파에서 직속상관으로 존경하는 장영길 실장(중령)님과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눈매가 부리부리한 어디선가 눈에 익은 크고 건장한 소령 한분이 우리 사무실로 쑤욱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바로 내가 입대하기 직전 남한 전역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미그 19기를 조종해 귀순한 이웅평 대위였다.

수원 제10전투비행단으로 유도 착륙해 귀순한 그는 83년 당시 무려 1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귀순 보로금을 받은 뒤 한국공군의 정보장교로 특기를 부여받고 공군대학의 정책연구관으로 복무 중이었다. 공군대학 교수의 따님과 결혼해 신대방동의 공군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신혼생활을 즐기던 중이었는데 공군본부에 볼일이 있어 올 때마다 우리 무관 연락실에 종종 들르곤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장영길 실장님이 이웅평 대위에게 귀순 이후 심문관 겸 남한생활 적응을 위한 멘토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와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정말 소설과도 같이 또다시 전국에 실제 공습경보가 울렸다. 이번에는 심양에서 이륙한 중국공군의 J-6 폭격기가 전라북도 익산의 논에 귀순하며 불시착하느라 벌어진 소동이었다. 이웅평 대위는 참모총장실로 즉시 호출되면서 나에게 “김중위님, 우리 집에 가서 조종복을 좀 가져와줄 수 있겠습니까?”하고 부탁했다. 나는 즉시 차를 몰고 찾아가 이 대위의 부인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는 조종복을 받아와 전해주자 이 대위는 옷을 갈아입고는 참모총장실로 서둘러 올라갔다. 그것이 그와는 마지막 조우였지만 나는 눈매가 부리부리하던, 사람 좋아보이던 그의 당당했던 생전의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북한에서 두 아이를 둔 기혼자였다는 이웅평 대위. 남한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는데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평탄치 않았던 삶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는지 양주를 폭음하던 끝에 2002년 불과 48세의 나이에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간경화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가 분단 시대의 희생양이요 풍운아로 인생을 살다 타계한지도 어언 21년.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고 이웅평 대위의 명복을 빈다.

<김덕환 팔로알토 갤럭시부동산 대표>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 애틀랜타에서 첫 전시
‘설악산의 화가 김종학, 애틀랜타에서 첫 전시

45년여 간의 예술 여정 선보여내년 4월 11일에 전시회 개최 애틀랜타 하이 뮤지엄 오브 아트(이하 하이 미술관)에서 설악산의 정수와 아름답게 수놓인 꽃들이 담긴 전시회가 펼쳐진다

미주다일 선우인호, 김순영 신임이사 선임
미주다일 선우인호, 김순영 신임이사 선임

과테말라 선교센터 후원 논의 미주다일공동체는 지난 24일 오후 7시 애틀랜타 오피스 회의실에서 정기이사회를 개최하고 신임이사로 선우인호, 김순영씨를 임명했다.이날 정기이사회는 과테

“난민·미혼모 지켜”   정우성 ‘두 얼굴’.. ‘대중 기만’ 번진   혼외자 스캔들
“난민·미혼모 지켜” 정우성 ‘두 얼굴’.. ‘대중 기만’ 번진 혼외자 스캔들

미혼모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한 정우성 /사진=Marie Claire Korea ‘아빠’는 맞지만 남편도 남친(남자친구)도 아니라니, 대혼돈이다. 톱스타 정우성(51)이 희대의 사생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진학을 위한 한인 학부모 가이드] “조지아 컬리지 앤 스테이트 유니버시티(GCSU)” 입학 준비 가이드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 진학을 위한 한인 학부모 가이드] “조지아 컬리지 앤 스테이트 유니버시티(GCSU)” 입학 준비 가이드

1. 서론조지아 컬리지 앤 스테이트 유니버시티(GCSU)는 조지아 주의 유일한 공립 리버럴아츠 대학으로서, 높은 학문적 기준과 합리적인 학비를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

인천공항서 재외동포 민원서비스 가능해진다
인천공항서 재외동포 민원서비스 가능해진다

동포청 민원실 설치제2 여객터미널 내 내달 2일부터 운영   앞으로 미주 한인들의 한국 방문시 인천공항에서도 재외동포 민원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재외동포청은 “민원실 인천분소를

카드단말기 도난 직후 수천달러 인출 피해
카드단말기 도난 직후 수천달러 인출 피해

대낮에 한인업소서 강탈 전문털이범 일당 도주 “은행·경찰 대처 미온적” 연말 신종수법 주의해야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팍의 한인 디자인 업체에서 순식간에 카드단말기를 강탈해 도주하는

[화제의 가족] 부친은 육군 군목·세 자녀는 모두 공사 출신 장교
[화제의 가족] 부친은 육군 군목·세 자녀는 모두 공사 출신 장교

김혁찬 대령 가족 스토리한국 특전사 호랑이교관 출신 20년 넘게 미 군종장교 근무 군복무 헌신 자녀들에 이어져   미 육군 군목 김혁찬 대령 부부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장교

바이든, 마지막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
바이든, 마지막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재임 중 마지막 추수감사절 칠면조 사면 행사를 주재하면서 “내 평생의 영광이었다.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4년 가까운 백악관 생활을 회고했다. 바이든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 소비… 전년비 19% 증가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 소비… 전년비 19% 증가

평균 지출 431달러 계획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미국인의 56% 가족 모임 중저소득층 ‘부담’ 느껴 연중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소비자들은 올해 추수

소매업체 ‘블프’ 기대…‘소비자 지갑 열어라’
소매업체 ‘블프’ 기대…‘소비자 지갑 열어라’

추수감사절 다음 날연말 샤핑시즌 개막 연말 최대 샤핑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이번 주로 다가오면서 소매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로이터]  미국 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