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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북해도여행이 남긴 여운

지역뉴스 | | 2023-08-23 15:59:11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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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서울에 다니러 갔던 길에 3박4일 일정으로 우리 부부는 동서형님 부부와 함께 4개의 일본 섬 중 북쪽 끝에 위치한 홋카이도를 여행하게 되었다. 엔화의 약세로 인해서 일본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상대적인 매력으로 작용한 탓으로 한국에서 엄청난 숫자의 여행객들이 일본을 방문한다고 한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전 세계에서 일본을 방문한 여행자는 천만 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그 중 한국인이 29 퍼센트였다고 하니 일본은 지금 한국인들이 관광 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정부는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들의 절대적인 감소로 인해서 대일 여행 적자폭이 심각한 정도라 울상이라고 한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일본 문화의 메카로 알려진 교토를 가려고 했으나 그곳은 날씨가 서울보다 더 더워서 가봐야 고생만 한다는 주위의 만류로 인해서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다는 북해도를 택했다. 그런데 실제로 현지에 가보니 북해도 제일의 도시로 알려진 삿뽀로의 올 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29~33도였다. 원래 그곳은 건조하고 온난한 여름과 눈이 많고 매서운 겨울이 특징으로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23도(화씨 73.4)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여름 평균기온이 거의 8도 이상 올라가서 위도가 북위 43~45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이 북해도에도 여지없이 몰아치고 있다는 여행가이드 말이다.

삿뽀로는 원주민이었던 아이누어로 “건조하고 넓은 평야” 란 뜻이라고 하는데 그 건조한 땅이 일본경제를 받쳐주는 곡창지대란 사실은 함께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가는 곳마다 저 멀리 마치 지평선과 맞닿을 것 같이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평원은 맑고 푸른 하늘과 잘 어우러져 형형색색으로 단장한 농장들은 마치 캔버스에 담아놓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과도 같았다. 그 넓은 농토에 농부들은 밀 메밀 그리고 옥수수와 감자 당근 대두 강낭콩 양파 옥수수 무우 등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또한 북해도는 낙농업의 발달로 우유 소고기 등이 넘쳐나며 지중해성 멜론을 비롯해서 토양이 좋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심으면 농사가 잘 된다고 하는데 토질의 보존을 위해서 5년 단위로 윤작을 한다고 한다. 

이런 농사법을 배우기 위해서 일본정부는 당시 미국의 농무장관으로 있던 호레이스 케플톤을 당시 총리대신의 연봉과 같은 파격적인 대우로 초빙했고 또 매사추세츠의 기후와 위도가 유사한 점을 고려하여 매사츠세츠 농과대학 학장인 윌리엄 클라크와 같은 건축가와 도시 계획을 담당할 30명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삿뽀로라는 도시를 미국식으로 개발했으며 또한 삿뽀로 농업학교를 설립하면서 농업방식도 미국식으로 전수했다고 한다. 

북해도가 지도상으로는 별로 크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상 북해도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경상도를 뺀 것과 같은 크기의 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넓은 땅에 인구는 6백만도 안된다고 하니 주민들 삶의 질이 얼마나 좋을지 상상이 간다. 북해도는 일본의 47개 현 중에 하나인데 불모의 지대로 알려졌던 그 메마른 땅이 1868년 명치유신이 있기 전까지는 일본의 땅이 아니었는데 거기에 얽힌 사연은 대충 이러하다. 일본은 칼을 가지고 휘두르던 사무라이들이 다이묘들의 추상같은 지시아래 전국을 지배하던 가마쿠라 막부시대를 기점으로 해서 무로마치 막부시대를 거쳐서 에도 막부에 이르기까지 400년간 극도의 혼란기가 지나가고 전국시대(센코쿠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이젠 전국통일의 꿈을 키워온 오다 노부나가를 시작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때에 가서 드디어 전국 통일의 꿈을 실현하게 된다. 그후 서양문물에 매혹을 느낀 사카모토 료마의 중재 하에 다이묘들로 구성된 상원과 사무라이와 서민들로 구성된 하원이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를 구성하는 영국식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는 법안에 합의하게 된다. 

1867년 막부의 마지막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이 제안에 순순히 응해서 막부를 폐지하고 권력을 천황에게 봉환한다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승인함으로써 칼을 천황에게 바치고 막부체제에 종언을 고하게 된다.

수많은 사무라이들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세라 1870년 일본 정부는 구로다 이요다카 육군 중장을 초대 북해도 개척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1871년 북해도 개척청을 설치하고 둔전병(屯田兵) 제도를 실시한다. 둔전병이란 식량을 자급자족하면서 신천지를 개척하는 군인제도이다. 마치 영국인들이 호주를 개척할 때처럼 일본의 문제아인 사무라이 출신 범죄자 집단을 상륙시켜서 원주민을 대량으로 무차별 학살하면서 땅을 개척했는데 자신의 능력껏 개척한 땅은 자신의 소유로 간주해주었다. 대신 삿뽀로 중심가의 시계탑에 걸린 종이 울리면 아이누족들과 싸우기 위해서 즉시 집합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꼭 지켜야 했으며 그 종이 울리던 곳이 바로 시계탑 건물이라고 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섬나라인 일본은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의 10% 정도를 차지하다고 하는데 고베지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지진 관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10년 안에 대규모의 지진이 동경과 교토를 강타할 것이란 예측이 지질학자들에게서 나왔다고 가이드가 말 하는 순간 나는 마치 우리 집안에 큰 환란이 닥칠 것 같은 불안감이 발동하면서 일본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느끼게 되었다.

현대 자동차에 입사해서 수십 년을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우리 동서형님의 말에 의하면 현대 자동차 초기에 미쓰비시 자동차와 최초로 기술 제휴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대한민국이 자동차 생산을 시작해서 현재 자동차 수출 대국이 될 수 있었으며, 철강산업도 일본철강에서 모두 기술을 전수받았고 또 삼성전자의 메모리 칩도 모두 일본을 통해서 배웠다고 하면서 일본이 우리민족에게 큰 은혜를 주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일본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반일감정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일본 국민들은 음식은 먹을 때 소식을 즐기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인들에 비해 체구가 왜소하며 반면에 암 발생률이 낮고 모로코 다음으로 세계에서 장수하는 나라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예방의학이 발달했고 노벨상 수상자가 29명이나 나올 정도로 기초과학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유한 나라이며 1970년 중반에 이미 선 진국이 된 나라이다. 거리에 굴러다니는 차들을 보면 환경보존을 위해서 1000cc 미만의 경차들이 대부분이고 시민들은 아끼고 절약하면서 질서를 잘 지키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오직 한국인들뿐이라는 그 말의 모순을 조응하면서 평소에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인식의 대전환을 느낀 나는 이번 여행은 예전에 했던 어떤 여행보다도 나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자위하면서 동서형님 가족과 함께 했던 북해도 관광을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지금인류는 생각의 전환이 절실한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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