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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칼럼] ‘탁상 행정’… 관료제의 허점

지역뉴스 | | 2023-08-17 12:11:48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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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베리 퀵은 두 달 전 빈곤층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수혜대상에서 제외됐다. 에이베리는 충분한 수혜자격을 갖추었지만 아칸소주 보건복지부는 “보험 갱신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의 보험 혜택을 중단시켰다. 

솔직히 서류작성은 에이베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녀는 생후 15개월 된 유아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딸을 대신해 친모인 아만다 퀵이 서류를 작성했으나 까다로운 보험갱신 절차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에이베리처럼 메디케이드 보험이 끊기는 사례가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 4월 팬데믹 보호조치가 만료된 이후 전국에서 최소한 380만 명의 이름이 메디케이드 수혜자 명단에서 지워졌다. 주 정부 자료에 따르면 6월30일 현재 아칸소에서만 20만 명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잃어버렸고, 이들 가운데 거의 1만2,000명은 에이베리처럼 ‘신생아’로 분류되어있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2020년 3월부터 2023년 4월에 이르는 3년 동안, 메디케이드 기존 가입자들은 수혜자격 변동 여부에 상관없이 보험 혜택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신 연방 정부는 주 정부에게 제공하는 메디케이드 의료비 지원액을 예전보다 넉넉히 산정했다.   

부분적으로는 공중보건 비상사태 기간에 가급적 수혜대상자를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취한 조치였다. 그러나 긴급비상조치는 코비드 이전부터 있었던 고질적 문제에 대한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다른 부유한 국가들은 수혜자격을 갖춘 저소득자들에게 공공 의료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무능하고, 기술적으로 뒤처진 정부를 가졌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 것이다.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KFF)의 자료에 따르면 사실 아칸소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메디케이드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 가운데 4분의 3은 ‘절차상의 이유’로 보험이 중단됐다. 보험을 갱신하려는 가입자의 소득이 수입상한선을 넘었다든지, 연령제한 혹은 타주로 이주하는 등의 이유로 재심사 과정에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멍청한 관료주의 탓에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주 정부의 담당부서 실무자가 엉뚱한 주소로 보험갱신 통지서를 보냈거나 아니면  아예 통지서를 발송조차하지 않아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다섯 살짜리 장애아 페네로페의 경우처럼) 재등록을 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수 있다. 혹은 (이스트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63세 주민처럼) 주 정부의 담당직원이 보험갱신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잘못 알려준 탓에 보험 혜택이 중단됐을 수도 있다.   

에이베리의 실격은 문제투성이인 주 정부의 웹사이트에 그녀의 신상정보가 정확히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에이베리의 생모는 지난 5월말 이제 막 한 살이 된 딸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메디케이드 커버리지가 취소된다는 주 보건복지국의 전화를 받았다. 잃어버린 패스워드를 찾으려 한참을 허둥댄 끝에 퀵은 어렵사리 주 정부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사이트에는 에이베리의 두 언니 맥켄지와 세레나가 메디케어 가입자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막내딸의 이름은 없었다. 출생이후 줄곧 메디케이드 수혜자였던 에이베리는 주 정부의 공중열람 기록에서 누락된 존재였다.    

퀵은 주 정부의 메디케이드 담당 부서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담당자와의 통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네 차례 전화를 했는데, 그때마다 통화대기로 넘어갔고, 대기시간이 네 시간을 넘어서자 전화가 자동으로 끊겼다.” 보건복지국 번호, 1-800 무료번호 외에 주변 사람들이 일러준 이런저런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늘 통화대기에 걸렸고, 어쩌다 연결된 직원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번호를 주었다.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쳇바퀴만 돌린 셈이었다. 지난주에 비로소 담당자와 통화했지만 온라인 포털에 들어가 에이베리의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라는 안내를 받았을 뿐이다. 웹사이트에 다시 접속했지만 여전히 에이베리의 프로필은 존재하지 않았다.   

3명의 딸을 둔 미혼모 퀵은 사지가 마비된 의붓아버지의 병수발까지 들고 있어 사회봉사국을 찾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퀵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지난 화요일 대면 상담 날짜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녀가 어렵사리 만난 사회봉사국 직원은 재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보완해 다시 오라고 했다. 하루 뒤인 수요일, 퀵은 사회봉사국을 재방문했고, 에이베리는 수혜자격을 회복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무보험상태인 에이베리가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애를 끓였던 퀵은 한시름 놓았다고 말한다. 막내딸이 아플 경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와 ‘엄마손’의 기적뿐이다. 의사의 진료를 받거나 병원을 찾아가는 대신 입맞춤과 얼음찜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건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의회가 정한 ‘공공 의료보험’ 수혜자격을 갖춘 저소득자들이 보험에 새로 가입하거나 갱신을 하려면 카프카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악몽 같은 관료주의적 절차를 헤쳐내야 한다. 물론 빈민지원에 소극적인 주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칸소주의 한 관리는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하던 팬데믹 이전의 ‘적정수준’으로 메디케이드 가입자수를 재조정하려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주 정부 관리들은 한결같이 “많은 사람들이 보험 갱신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아마도 소득기준 초과 등의 이유로 가입자격이 안되거나, 더 이상 메디케이드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주 정부는 빈민가정이 진짜 약보다 엄마손의 기적을 선호한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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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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