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배경과 전망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기준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22년 만에 최고치로 올렸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출현하고 있지만 물가 안정에 대한 승기를 확실히 잡아가겠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향후 침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경기에 대한 자신감까지 보인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2001년 이후 최고 금리
이날 기준 금리 인상이 의미 있는 이유는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0.25% 포인트 베이비스텝을 통해 5.25~5.50%로 올렸는데 이는 22년 만에 최고치다. 작년 3월 이후 12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지난 6월을 제외하고 모두 11번 금리를 올린 결과다. 특히 지난달 금리 인상을 일시 정지한 만큼 이번에도 긴축 속도 조절차원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있었지만 이를 일축시켰다.
추가 인상의 원인은 역시 인플레이션 해소 차원에서다. 특히 이달 초 나온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비교적 준수한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으로 나오면서 이제 물가가 잡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연준은 이를 평가 절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기자 회견에서 “최근 물가 지표가 환영할만한 수준으로 나왔지만 이는 1개월치 자료에 불과하다”며 “아직 ‘낙관적’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미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9월 동결·인상 둘다 시사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9월 FOMC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7월 회의 결과는 사전에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집계한 0.25% 포인트 인상 확률이 99%였던 만큼 인상이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이제 월가는 9월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은 다음에 인상을 할 수도, 동결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 금리를 9월 회의에서 다시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데이터가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때 기준 금리 유지를 선택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가 큰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금리 인하 시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파월 의장은 “금리를 인하해도 편안한 시점이 되면 금리를 인하하겠다”며 이와 관련해 “올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 없다” 자신감 표명
연준의 양대 책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최근 디스인플레이션이 출현한 상황에서도 고용 시장이 탄탄한 만큼 향후 경기가 심각하게 냉각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말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더 이상 경기 침체를 예측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발화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이 올해 말 경기 침체에 빠지고 글로벌 경제가 함께 추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 것이다.
연준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하면서 증시도 FOMC 회의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82.05포인트(0.23%) 오른 3만5,520.12에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02%, 0.12% 소폭 하락해 약보합세를 보였다. 엘렌 제트너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만한 사안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연준이 장기간에 걸쳐 고금리를 유지하고 내년 3월 첫 인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