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초반 이등병, 추가징계차 미국 호송 예정…비행기 안 오르고 JSA 견학 '미스터리'
구금됐다 최근 풀려나…주한미군 "고의로, 허가없이 월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월북한 미국인은 폭행 혐의로 한국에서 체포된 적이 있는 현역 미군 병사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8일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다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미국인은 미군이라고 보도했다.
이 병사는 트래비스 킹이라는 이름의 이등병으로, 나이는 20대 초반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킹의 계급을 일병이라고 전했으나, 미 육군은 이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미국 당국자는 NYT에 이 병사가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최근 한국의 감옥에서 풀려났다고 전했다.
이 병사는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실제로 그는 공항까지 호송됐으나, 비행기에 탑승하는 대신 갑자기 JSA 견학에 참여하게 됐다. 왜 비행기에 타지 않고 JSA에 간 것인지 구체적인 경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투어 그룹에 속해있었다는 목격자는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했을 때였다"며 "이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투어 가이드들이 그를 뒤쫓았으나 잡지 못했고, 북한 병사들이 이 미군 병사를 구금했다고 NYT는 전했다.
주한미군 공보실장인 아이작 테일러 대령은 해당 병사가 "고의로, 그리고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고, 다른 당국자는 "군인이 고의로 월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군인이 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는지, 자의로 월북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현재 그의 행방과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또 다른 당국자는 전했다.
이번 사태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로 역내 갈등이 한창 고조된 상황에서 발생했다.
NYT는 이번 월북은 지난 2018년 미국 국적의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가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 억류된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월북 사례라고 전했다.
AP통신은 1965년 주한미군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 중 월북해 39년간 북한에서 생활한 찰스 젠킨스 등 과거 사례를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이후 북한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앞서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이 이 사람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후 군 안팎에서는 월북한 미국인이 주한미군이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갑자기 달려갔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유엔사는 일절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JSA 경비대대는 유엔사의 통제를 받으며, 상황 발생 시에도 한국군이 아닌 유엔사에 보고하게 돼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유엔사는 관할하던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유엔사는 평소 일주일에 4회(화·수·금·토), 한 번에 40명씩 한국인과 미국인 등을 대상으로 JSA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