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19일째 110도, 50년래 최고 연속기록
미 남부 지역에 한 달 가까이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역대 최장기간 더위가 이어지는 기록을 썼다.
18일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 측정된 기온은 117도(섭씨 47도)를 기록했다. 피닉스 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59분 기준으로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의 기온이 110도(섭씨 43도)를 넘어섬에 따라 19일 연속으로 이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110도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약 50년 전인 1974년의 18일 연속 화씨 110도 이상 최고기온 기록을 깨고 역대 최장기간 폭염이 지속된 기록이다.
또 이날 낮 최고기온은 1989년의 화씨 115도를 넘어 역대 7월 18일의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고 피닉스 기상청은 전했다. 앞서 피닉스에서는 하루 최저기온이 9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연속 8일간 이어져 역대 최장기간 열대야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예년보다 극심한 폭염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찰스 아우튼(49)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낮에는 시 당국이 마련한 냉방센터를 전전하고 밤에는 지역 교회에서 잠을 자며 버티고 있다면서 “정말 힘들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피닉스 중심부에 있는 노숙자 밀집 캠프에서는 사람들이 뜨거운 아스팔트와 인도 블록 등 길바닥에서 자다가 2도 화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남부에서는 지난달 중하순부터 고기압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더위가 며칠간 기승을 부리다가도 계절풍(몬순)이 불어 비바람을 몰고 오면서 열기를 일부 식혀줬는데, 올해는 그런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기상학자들은 지적했다.
애리조나대학교의 마이클 크리민스 환경과학 교수는 “몬순 일정이 해마다 다르므로 지금 상황이 기후 변화와 관련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올여름 몬순이 늦어지면서 일일 최고 기온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폭염 등 극단적 기상이 점점 심하게 자주 닥치는 뉴노멀 상황에서 적응 자체가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장기적 과제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쳐올 재앙부터 면해야 할 시대가 왔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