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전우 잃어 슬프지만 민주주의 구한 것 행복”

미국뉴스 | 사회 | 2023-06-26 09:28:16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

 “내겐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남은 소원이 있다면 오직 민주주의로 통일된 한국을 보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46년간 연방의회에서 활약했던 찰스 랭걸(사진) 전 연방 하원의원이 ‘통일 한국’을 마지막 소원 중 하나로 꼽은 것은 이름조차 몰랐던 낯선 땅 한국이 인생의 경로를 완전히 바꾼 전환점이 됐기 때문이다.

 

뉴욕시 할렘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교를 중퇴하고 1948년 미 육군에 입대한 그는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돌아온 덕분에 정부 지원을 받아 학업을 마치고 법조인을 거쳐 정계에 입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6·25 발발 후 파병 지시를 받고 부산행 배에 올랐던 그는 “처음 명령을 받았을 때는 전면전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인들 사이의 분쟁에 관한 치안 유지 임무라고 들었다. 무엇에 관한 전쟁인지 몰랐다”라고 술회했다.

 

그가 소속된 제2보병사단 503야전포병대대는 1950년 8월 부산 땅을 밟았고, 인천상륙작전 후에는 38선을 넘어 파죽지세로 북진했다.

 

압록강 근처까지 밀고 올라갔을 때만 해도 ‘크리스마스 전에 귀국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부대 전체에 감돌았지만, 중공군의 참전이 이러한 기대를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한다.

 

랭걸 전 의원은 “북한-중국 국경 근처까지 올라갔고, 우리는 곧 집에 돌아갈 예정이었다”며 “그때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어왔다. 그건 대학살이었다”라고 몸서리쳤다.

 

압록강의 중국식 영어명인 ‘Yalu River’를 두 번이나 되뇐 랭걸 전 의원은 “끔찍한 악몽이었고 내 인생 최악의 날이었다”고 술회했다. 그해 11월30일 평안남도 군우리 전투에서 중공군 포탄에 맞아 생사의 기로에 섰지만, 전우 40여 명을 이끌고 필사의 탈출에 성공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퍼플하트 훈장과 동성 무공훈장은 이러한 공을 인정한 것이었다.

 

전역 후 정부 지원으로 고교와 대학, 로스쿨 과정을 마친 그에게 한국전 참전은 “내 인생을 바꿨고 내 삶을 구했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한국을 떠날 때는 “앞으로 이 나라와의 인연이 이어질 줄 몰랐다”던 랭걸 전 의원이 뉴욕주 하원의원을 거쳐 1971년 연방의회에 입성한 뒤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으로 한국과 다시 가까워진 것은 필연에 가까웠다.

 

“의원들 중 나보다 더 한국과 가까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한반도 관련 의정활동에 앞장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2003년 친한파 의원모임 ‘코리아 코커스’ 창설을 주도하고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 6·25전쟁 추모의 벽 건립 법안에 적극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랭걸 전 의원은 “한국 정부의 사람들과 매우 매우 가까워졌고 민주주의를 향한 그들의 노력을 지지했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과도 매우 친해졌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 당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다며 “매우 영광이었고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1일 93번째 생일을 보낸 랭걸 전 의원은 “아주 아주 건강하다”고 근황을 전했지만, 먼저 떠나보낸 전우들을 생각하며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지지난주에도 2사단 동료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거의 모든 동료와 친구들을 고령 탓에 잃었다”고 말했다.

 

노병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자신이 구한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취다. 랭걸 전 의원은 “너무 많은 전우를 잃어 슬프지만 민주주의를 구한 것은 행복한 일”이라면서 ‘한강의 기적’을 예상할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아무도, 심지어 한국인들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70여년 전 자신을 공격했던 중공군을 용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No)”는 답이 두 번이나 돌아왔다. 북핵 문제 해법에 관한 조언을 구하자 “유일한 희망은 중국과 협상해 대북 지원을 중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와 협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주민 뜻 반영 않은 HOA 규정… 정부 법이 보호한다
주민 뜻 반영 않은 HOA 규정… 정부 법이 보호한다

‘주택 소유주 협회’(HOA·Homeowners’ Association) 주택의 외관과 단지 내 편의 시설 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적으로 운영된다.‘커뮤니티 협회’(Co

주택 단점 보완하고 장점 부각하는‘홈 스테이징’
주택 단점 보완하고 장점 부각하는‘홈 스테이징’

집을 팔 때‘홈 스테이징’(Home Staging)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홈 스테이징은 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일종의 판매 전략이다. 홈 스테이

객실예약 필요없어… 편의시설만 사용 ‘데이패스’ 인기
객실예약 필요없어… 편의시설만 사용 ‘데이패스’ 인기

부진한 호텔 수익 만회 전략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지 기분경험·가치’중시 수요와 맞아호텔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객실 예약 없이 편의 시설만 사용할 수 있는‘데이 패스’를 판매 호텔이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미국서도 변종 엠폭스 감염 사례 확인

엠폭스 바이러스 테스트 장비 [로이터]  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변종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감염 환자가 미국에서도 나왔다.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최근 동

갈수록 치열해지는 UC 입학 경쟁…‘종합적 평가 방식’이해해야
갈수록 치열해지는 UC 입학 경쟁…‘종합적 평가 방식’이해해야

UC 대학은 많은 가주 학생들이 선호하는 공립대학이다. 타주에서도 입학을 원하는 학생이 많을 정도로 UC 대학 높은 교육 수준이 인정받고 있다. 각종 대학 순위에서 상위로 꼽히는

가볍지 않은 언어장애… 부모의 귀에서부터 시작한다?
가볍지 않은 언어장애… 부모의 귀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때만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유치원생 5세 아이를 둔 박모(40)씨는 지난해 가을, 아이를 나무랐던 일을“지금도 후회한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그날은 아이가 하원

10명 중 7명은 근시… 소아·청소년 근시‘빨간불’
10명 중 7명은 근시… 소아·청소년 근시‘빨간불’

“영유아 검진에서 난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다가 아이가 네 살 되던 때부터 안경을 썼거든요. 시력 발달 속도가 더뎌서 최근 검진을 해봤는데, 근시

신물 올라오는‘역류성 식도염’, 누울 때 왼쪽이 좋아
신물 올라오는‘역류성 식도염’, 누울 때 왼쪽이 좋아

저녁 식사를 후루룩 마친 뒤 곧바로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 등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음식물이 소화되기 전에 누우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못하게 막는‘하부 식

“똑바로 눕지 못하겠어요”… 누우면 더 아픈‘급성 췌장염’
“똑바로 눕지 못하겠어요”… 누우면 더 아픈‘급성 췌장염’

주말 아침 체한 증상이 있던 30대 남성 K씨는 복통과 구역 증상이 심해 응급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누워서 쉬려고 해도 등으로 뻗치는 통증 때문에 똑바로 누울 수도 없었다. 검

단백질 파우더·라면… 음식도 아닌 음식을 먹고 있다
단백질 파우더·라면… 음식도 아닌 음식을 먹고 있다

초가공식품의 역사와 현재거의 매일 마트에 간다. 식재료를 사기도 하지만 남들이 무엇을 사는지도 관찰한다. 특히 계산대에 줄을 서 있을 때가 좋은 기회다. 각자 선택이 매우 다양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