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통해 고객 물색
한국내 송금자 연결 후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1만 달러 날리는 피해
최근 남가주 한인을 대상으로 한화를 먼저 송금해주고 달러를 받아간 뒤 송금자가 보이스피싱 당했다는 이유를 들어 한화를 되돌려 받는 방식의 새로운 환전사기가 발생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달러를 먼저 받아가고 약속한 한화를 입금하지 않는 방식의 기존 환전사기에 비해 보이스피싱 수법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사기로, 동일범이 같은 수법으로 여러 한인들에게 접근해 실제 1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본 사례도 발생했다.
얼마 전 LA에 사는 김모씨는 한인 여성들에게도 잘 알려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개인간 환전 거래를 제안받았다. 마침 김씨는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갚을 돈이 있었기 때문에 환전에 응하기로 용의자와 연락처를 교환했다.
환전을 하기로 한 전날 사기범은 김씨에게 연락해 “내일은 부모님이 바빠 은행업무를 보기가 힘들다”며 한국 내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 주면 먼저 한화를 송금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약속대로 돈이 들어 온 것을 확인한 김씨는 다음날 집으로 찾아 온 용의자를 만나 1만672달러를 전달했다.
그런데 거래가 완료됐다고 안심한 김씨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돈을 보낸 송금인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김씨의 한국 내 은행계좌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한국의 보이스피싱 관련 규정에 따라 김씨가 받았던 돈은 모두 송금인이 되돌려졌다.
김씨는 “송금인과 용의자가 공범인지, 서로 모르는 사이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수수료 몇푼을 아끼려는 짧은 생각에 적지 않은 돈을 날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 사기범은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또 다른 한인에게도 접근했다. 김씨보다 훨씬 큰 금액의 환전이 필요했던 이 한인은 용의자에게 모두 4개의 한국 내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두 번째 한인이 사기범과 며칠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던 중 김씨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사기범은 갑자기 두 번째 한인과 모든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두 번째 한인은 간발의 차로 피해를 면한 것이다.
이 사기범은 김씨 등에게 접근했던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이외에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한 유명 사이트에도 환전광고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기범이 온라인상에서 사용했던 ID는 모두 탈퇴된 상태고 환전 사기에 이용했던 전화번호도 사용이 중지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른바 ‘환치기’로 불리는 개인간 합의에 의한 외환 거래는 대부분 소규모이고 일회성이라 관행처럼 이뤄지지만 엄연히 불법이며, 이처럼 신종 사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한인들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모르는 타인에게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줄 경우 본인의 계좌 역시 보이스피싱의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