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 불안에 갈 곳 잃은 뭉칫돈이 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파산 위기로 주식 시장에 불안 심리가 커졌고 이에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오는 상황이다. 주식 시장에서 돈을 뺀 투자자들은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높은 이자율이 제공되는 은행 상품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 투자 상품의 이자율은 기타 투자처의 수익률에 비해 현저히 낮아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한동안 잘 나가던 주택 시장도 모기지 이자율 상승 여파로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하락하는 등 침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믿을 곳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말처럼 부동산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다양한 부동산 투자 수익률과 기타 금융 상품의 투자 수익률을 비교해 봤다.
집값, 다른 투자처와 달리 장기적 안정적 상승세
주택,‘주거 기능·부 축적 수단’제공 효자 역할
◇ 주택 가격
▶1년 수익률: 6.26%
▶3년 수익률: 32.88%
▶5년 수익률: 48.95%
내 집 장만은 ‘아메리칸드림’의 대명사다. 주택은 거주지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를 쌓을 수 있는 초석이다. 주택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첫 장만만 힘들 뿐 일단 내 집을 장만해 장기 보유에 성공하면 중산층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고 축적된 자산은 자녀 세대에 물려줄 수도 있다. 주택은 투자 자산일 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 상품이 제공하지 못하는 거주 기능까지 제공하는 효자와 같은 투자처다.
주택 재고 부족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 첫 주택 구입자가 내 집 장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까지 상승하면서 아예 내 집 마련을 포기한 구입자도 늘고 있다. 최근 주택 시장 침체 우려로 주택 시장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 보유 목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선다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2008년 사상 최악의 침체가 발생했지만 이후부터 현재까지 주택 보유에 성공한 소유주들은 이후 거듭된 주택 가격 상승세로 현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수개월 내에 주택 가격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둔화 폭은 크지 않고 2025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 주택 플리핑
▶2022년 총수익률: 26.9%
▶2019년 총수익률: 40%
▶2017년 총수익률: 47.3%
주택 플리핑은 부동산 전문 채널 덕분에 이제 일반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꽤 높아졌다. 플리핑은 결함이 있거나 상태가 불량해 싸게 나온 집을 구입해 수리를 거친 뒤 단기간에 비싼 값으로 다시 파는 투자 방식이다. TV에서 보는 플리핑은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비용이 발생할 때가 많다.
부동산 정보업체 애톰 데이터 솔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플리핑 투자자의 평균 총수익은 6만 7,900달러다. 얼핏 보면 높은 수익처럼 보이지만 공사비가 포함되지 않은 단순 매매 차익으로 전년도보다 줄어든 수치다. 플리핑 투자자는 대개 수익의 20%~30%를 수리비로 예상하기 때문에 지난해 경우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플리핑 투자의 가장 힘든 점은 정확한 공사비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허가 문제로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 인건비는 물론 모기지 대출 이자, 재산세, 보험료 등 주택 관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수익을 깎아 먹는다. 또 플리핑은 단기 매매로 수익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적합한 투자다. 최근처럼 주택 가격 둔화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 부동산 투자신탁(REIT)
▶1년 수익률: -19.78%
▶3년 수익률: 34.22%
▶5년 수익률: 31.71%
투자 경험이 없어도 가장 손쉽게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 수 있는 투자 방식이 바로 부동산 투자신탁이다. 부동산 투자신탁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업의 지분을 매입해 배당금을 받는 투자 방식이다. 따라서 부동산 구입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자금이 필요 없고 최소 자금으로도 얼마든지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 매입한 지분은 주식 시장 등을 통해 처분해 매매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주식 투자와 비슷한 투자로 이해하면 되는데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한동안 잘 나가던 부동산 투자신탁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을 쳤다. 특히 사무실 건물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신탁의 수익률이 가장 저조하다.
재택근무 증가로 공실률이 치솟자 사무실 건물 부동산 투자신탁의 수익률은 지난해에만 무려 37.6%나 하락했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 여파로 아파트, 모빌 홈, 임대용 단독주택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신탁 역시 수익률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창고나 공장과 같은 산업용 건물과 셀프 스토리지 부동산 투자신탁은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 주식 시장
▶1년 수익률: -2.9%
▶3년 수익률: 40.9%
▶5년 수익률: 51.9%
코로나 팬데믹 기간 폭등세를 보고 최근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죽을 쑨 투자자가 많다. 연준의 연이은 기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주식 시장은 최근 1년간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주식 시장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하는 바람에 밤잠을 설친 초보 투자자도 많다.
기관 투자자에 비해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재정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데이 트레이딩’의 경우 높은 수수료와 세금으로 인해 투자 규모가 낮은 개인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을 안겨주기 힘들다. 은퇴를 앞두고 곧 은퇴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에는 소액을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채권이나 뮤추얼 펀드, 양도성 예금 증서 등에 돈을 맡기는 것이 좋다.
◇ 비트코인
▶1년 수익률: -27.4%
▶3년 수익률: 270.6%
▶5년 수익률: 218.3%
지난해 11월 전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을 발표한 뒤 용광로처럼 들끓던 비트코인 투자 열기가 잠잠해졌다. 암호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의 실제 투자가치를 놓고 투자전문가들은 여전히 설왕설래 중이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많이 유입된 시장으로 투자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재정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거 수익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천문학적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 매우 높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지 못해 FTX 파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투자 자금을 하루아침에 몽땅 잃게 된다. 비트코인을 저장하는 지갑의 ‘자격 증명’(Credential)을 분실한 경우에도 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