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피해자 안타까운 사연들
한인 일가족 3명이 희생된 텍사스주 달라스 근교 앨런 아웃렛 샤핑몰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 속에 희생자들의 신원과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질 당시 현장에 있다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는 한 한인의 구사일생 생존기도 전해졌다.
8일 달라스 지역 한인 방송 ‘DK넷 라디오’는 이날 익명으로 사건이 벌어진 아웃렛 현장에 있었던 한인 여성의 육성 증언을 전했다. 이 여성은 당일 오후 해당 샤핑몰에 가서 가방 매장에 있다가 총격이 시작되기 직전 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 창고에 숨어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한인은 “가방을 고르고 나서 결제를 하려고 문 앞에 있는데 갑자기 매니저(직원)가 막 문을 잠그면서 ‘에브리바디, 고!’(Everybody, Go!) 하면서 창고로 들어가라고 했다”며 “그때만 해도 어디 끌려가나 싶었는데, 창고 문을 닫는 순간 총소리가 막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다다다다’ 하는데, 그 총소리가 얼마나 가깝게 내 뒤에서 나는 것 같은지,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그렇게 가깝게 들렸고 무서웠다”며 “그 매니저가 어떻게 봤는지, (범인이) 총을 갖고 내리니까 그걸 보고 숨으라고 한 것인데 1분도 못 돼서 총소리가 나더라”고 말했다.
또 이번 총기참사 현장에서 손님들을 대피시킨 뒤 희생당한 점원의 사연도 알려졌다. CNBC 등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두 아이 엄마인 라켈 리는 지난 6일 오후 텍사스주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을 방문해 H&M 상점 앞에 차를 세웠다.
곧이어 바로 그곳에서 총기 난사가 시작되자 리는 한 점원의 안내로 가게 안 화장실 창고에 12명의 다른 손님들과 함께 몸을 숨겼다. 창고 안에 대피한 시민들은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조심했고, 총격범이 자신들을 발견할까 봐 공포 속에 떨면서 기도했다고 리는 전했다. 이들은 911에 신고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들의 목숨을 구한 점원은 자신의 목숨을 살리지 못했다. 이들은 나중에 경찰의 안내로 밖으로 빠져나오는 길에 자신들을 대피시켜 준 점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조규성(37)씨와 강신영(35)씨 부부, 3살짜리 아들 제임스군 등 한인 일가족 3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희생된 이번 총기난사에서 인도 출신 여성 엔지니어 1명, 아웃렛 경비원 1명, 초등학생 자매 2명 등 사망자 신원도 추가로 확인됐다.
인도 출신 아이쉬와리야 타티콘다(28)는 친구와 함께 아웃렛을 찾았다가 총격으로 숨졌다고 CNN이 전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타티콘다는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5년 전 미국에 왔다. 그의 가족은 현재 인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함께 있던 친구는 부상으로 치료받고 있다.
올해 20세 크리스천 라쿠는 사고가 발생한 샤핑몰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다 변을 당했다. 동료 직원인 맥스 와이스는 “라쿠는 매장 주변에서 경비를 섰는데 (손님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 청년이었다”고 추모했다.
사망자 중에선 초등학교 여학생 자매 2명이 포함됐다. 언니 다니엘라 멘도자는 콕스 초등학교 4학년, 여동생 소피아는 같은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이들 자매의 엄마도 총격으로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