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쉴 틈 없이 항상 움직이게 마련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더 바빠졌다. 이렇듯 손이 혹사당할수록 통증을 호소하는 이도 늘어난다. 이때 엄지손가락이나 손목이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야 한다. 건초염은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결합 조직인 건(힘줄)을 둘러싸고 있는 건초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건초(sheath of tendon)는 힘줄(건)을 칼집처럼 감싸고 있는 얇은 막(초)으로, 힘줄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2층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외면은 섬유 조직(섬유초)으로, 내면은 액체(활액초)로 구성된다.
손목건초염은 손목에서 엄지로 이어지는 힘줄을 둘러싼 막, 즉 건초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드꿰르벵 병’이라고도 한다. 이를 처음 보고한 스위스 의사 이름에서 따온 병명이다.
이상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건초염이 발생하면 가벼운 움직임에도 통증이 느껴지고 손목의 찌릿찌릿한 증상으로 가벼운 물건을 잡기조차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손목을 굽혔다 펴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때 손목 부위에 뭔가 걸리는 느낌과 통증이 심해지며 손에 힘이 없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면 손목건초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손목건초염은 보통 손목 근육이나 관절을 과다 사용해 발생한다. 피아니스트ㆍ수공예가ㆍ요리사ㆍ게이머 등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인에게 흔히 나타난다.
또한 손목을 많이 안 쓰던 사람이 무리하게 사용했을 때도 많이 발병하는데 골프ㆍ자전거ㆍ테니스 등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생길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에서는 임신과 출산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젊은 연령층보다는 장ㆍ고령층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젊은 층은 대사가 활발해 염증이 생겨도 금세 가라앉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염증이 축적되며 증상이 더 심해진다. 또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데, 여성 호르몬 탓에 염증이나 부종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집안일 때문에 손가락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관련이 있다.
손목건초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부종이다. 이외에 누르면 아픈 압통, 관절 운동의 장애, 근력 약화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손목터널증후군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두 질환은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증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신경이 눌려서 생기는 질환으로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픈 반면, 건초염은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상욱 교수는 “손목건초염에 의한 통증은 심하다가도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데 일상에서 병마개를 돌리거나 양치질 등의 동작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휴식이다. 엄지손가락과 손목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발병했다면 운동을 그만둔다.
될 수 있는 한 손목건초염이 발생한 손은 쉬도록 하고 소염제로 붓기를 가라앉힌다. 그래도 증상이 지속하면 심한 부위에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다. 강력한 소염진통 효과가 있어 부기가 가라앉는다.
일련의 치료에도 증상 호전이 없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힘줄을 덮고 있는 활차(인대) 일부를 잘라 힘줄에 대한 압박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상욱 교수는 “손목건초염은 무리한 손목 사용으로 생긴 질환으로 손목 운동을 제한하는 보조기나 깁스 착용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며 “손목을 이완해 줄 수 있는 운동ㆍ물리 치료 등과 함께 약물ㆍ주사 치료로 통증과 염증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손목건초염은 증상이 나타나도 방치할 때가 대부분이다. 심하게 아파 일상생활이 힘들면 그제서야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초기에는 휴식과 간단한 보전 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오래 방치할수록 치료 강도와 재발 확률은 높아진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진단만으로 스스로 처치하는 것도 문제다. 찜질도 증상과 시기에 따라 냉온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만성인 상태에서 냉찜질을 하면 오히려 증상만 악화할 수 있다. 손이 부었다고 침을 맞으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손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한다.
이상욱 교수는 “평소 손목 건강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무리한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손목을 자주 사용한다면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틈틈이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