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장기화로‘하우스 푸어’(House Poor)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하우스 푸어는 보유 주택 자산 가치는 높지만 보유한 현금 자산이 부족해 생활비가 빠듯한 가구를 뜻하며‘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House Rich, Cash Poor)의 줄임말이다. 집값이 오르면 마음은 뿌듯하지만, 막상 돈이 필요할 때 은행 예금처럼 빼서 쓸 수 없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단독 주택 보유자는 10년간 22만 5,000달러에 달하는 주택 자산을 축적했지만 당장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할 뿐이다. CNBC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했다.
무리한 대출 피하는 것이 하우스 푸어 막는 길
‘다운사이즈^담보 대출^재융자’로 막을 수 있어
◇ 모기지 대출 시 무리하지 않기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택 구입 시 무리하지 말고 예산에 맞는 적합한 모기지 대출을 받는 것이다. 적합한 모기지 대출을 선택하는 고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모기지 대출 한도가 소득의 2.5배~3배가 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가구 연 소득이 16만 달러인데 모기지 대출 한도가 48만 달러를 넘게 되면 주택 구입 뒤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가구 소득과 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은 월 모기지 페이먼트가 월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가구 월 소득이 6,000달러일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는 월 1,800달러가 적정하게 여겨진다.
모기지 대출을 받을 때 여러 은행에 문의하는 것이 필수다. 작은 이자율 차이에도 월 수백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별로 다운페이먼트, 크레딧 점수 조건에 큰 차이가 있고 이자율 디스카운트나 현금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은행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발품을 팔아 은행별 대출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는 경우
최근 수년간 주택 가격이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다소 무리한 주택 구입에 나선 구입자들이 많다. 이들 중 현재 하우스 푸어로 이미 전락했거나 전락 위기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경제 상황과 개인적 상황에 의해서도 의도치 않게 하우스 푸어 신세가 되기도 한다.
▶시나리오#1: 한 부부가 다운페이먼트를 넉넉하게 한 뒤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을 크게 낮춰 첫 주택을 장만한 뒤 한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뜻하지 않게 이혼 위기가 닥치면서 한 배우자에게 주택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후 주택 경기 호황으로 집값이 크게 올라 소유권을 떠안은 배우자는 마치 돈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혼 전 두 명의 소득으로 부담하던 모기지 페이먼트를 이제 혼자 해결해야 해 모든 취미 생활을 끊어야 하는 하우스 푸어가 되고 말았다.
▶시나리오#2: 한 독신의 단독 주택 소유주가 20년간 모기지 페이먼트를 꾸준히 납부해 왔다. 10년만 버티면 모기지 대출을 청산하고 빚 없는 은퇴 생활을 앞둔 나날이었다. 해고당하지 않고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나빠져 월급은 계속 동결 중인 가운데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산세까지 급등했다. 20년간 주택 자산은 부풀었지만, 집에 들어가는 비용과 생활비 부담도 덩달아 불어 앞으로 남은 10년을 하우스 푸어로 견뎌야만 모기지 대출 상환이 가능해졌다.
◇ 이미 하우스 푸어 신세라면?
2년 전 코로나 팬데믹발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우스 푸어’ 급증을 경고한 바 있다. 다행히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우려했던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악화로 하우스 푸어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 들고 있다. 의도치 않게 하우스 푸어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서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필요한 절차를 밟으면 된다.
▶ 다운사이즈: 주거비 부담이 큰 주택에서 생활비 부담까지 느끼면서 살 필요는 없다. 주거비 부담이 낮은 작은 규모의 집을 구해 이사하면 집을 팔아 발생한 매매 차익 등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얼마든지 보탤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현재 보유 주택에서 충분히 거주한 뒤에 처분해야 주택 구입시 지불한 수수료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
▶ 주택 담보 대출: 주택 자산이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되면 담보 대출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융통할 수 있다. 최근 이자율이 올라 매력이 떨어진 옵션이지만 현금이 급하게 필요할 경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다.
주택 담보 대출은 크게 일반 담보 대출과 ‘주택 자산 신용 담보 대출’(HELOC)로 나뉜다. 일반 담보 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목돈을 대출받은 뒤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매달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용 담보 대출은 일정 금액에 해당하는 대출을 승인받은 뒤 크레딧 카드처럼 한도 내에서 사용하고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의 대출이다.
학자금 대출 이자율보다 낮을 경우 주택 담보 대출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일반적으로 고리가 적용되는 크레딧 카드 대출을 청산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주택 담보 대출이 고려된다.
▶ ‘캐시 아웃’(Cash-Out) 재융자: 지난해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을 때 재융자 열풍이 불었다. 특히 주택 자산이 두둑해진 주택 소유주들은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해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 페이먼트를 낮추고 필요한 현금도 마련하는 등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렸다. 최근 이자율이 많이 올랐지만 기존 이자율이 높다고 판단되면 재융자를 통한 혜택이 기대된다.
캐시 아웃 재융자는 기존 융자보다 큰 금액의 융자로 전환하면서 차액을 현금으로 대출받는 방식의 재융자다. 캐시 아웃 재융자 역시 주택 리모델링, 크레딧 카드 부채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적용받고 있는 대출 이자율이 낮다면 수수료가 많이 드는 캐시 아웃 재융자보다는 주택 담보 대출이 고려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