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여론조사
공화 성향 71%“규제 강화”
민주 성향 19%“이민 반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이민자 유입이 절실하지만 미국의 여론은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성향의 응답자 가운데 71%는 지금의 이민정책에 만족하지 않고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40%, 2022년 69%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민주당 성향의 응답자 가운데에도 19%가 이민에 반대한다고 답해 2021년 2%, 2022년 11%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극심한 노동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이민 여론이 급증한 이유는 남부 국경지역의 심각한 불법 이민자 문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 행렬은 국경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지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도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분석이다.
국경순찰대는 지난 2021년 170만건의 밀입국자를 적발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으나 2022년에 다시 200만건을 넘겼다. 그나마 팬데믹 동안 감염 확산을 우려해 과거와 달리 망명 신청을 받지 않고 국경에서 바로 추방할 수 있었으나 최근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러한 정책(Title 42)도 해제돼 앞으로 보다 많은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대다수 납세자들은 자신들이 납부한 세금이 불법이민자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간 공화당 성향의 사람들은 비교적 일정하게 반이민정서를 표해왔으나 최근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까지 이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55세 이상의 경우 이민정책에 불만을 표한 응답자는 2021년 21%에서 55%로 급증하면서 이민 문제는 지지 정당보다 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는 노동력 부족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이민 노동자는 반대하는 복잡한 상황을 맞이했다. 지난해 12월, 전국에서 1,100만개의 일자리가 오픈됐으며 이는 실업자 수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 출산율 하락 등과 함께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이민 노동자는 미국 경제의 한축을 담당해 왔으나 지난 2017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22년에는 이민 오는 사람보다 미국을 떠나는 사람이 100만명 이상 많았다. 결국 그 만큼의 이민자가 줄어들게 되면서 현재의 노동력 부족 사태가 야기됐다는 분석이다.
<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