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IBM 인공지능연구소 챗GPT 돌풍에 경각심 제기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AI)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AI 챗봇 ‘챗GPT’가 일으킨 일종의 센세이션이다.
어려운 글을 대신 써주는 것은 물론 작곡, 그림, 코딩까지 척척 해내는 챗GPT가 베일에 가려졌던 AI 기술을 일반 대중의 손에 쥐여준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챗GPT가 명문 로스쿨과 경영전문대학원(MBA)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은 물론 콜롬비아의 한 판사가 이 챗봇을 활용해 판결문까지 썼다는 소식은 AI 기술 진보에 대한 경각심마저 불러왔다.
누군가는 AI가 선물할 환상적인 미래를 꿈꾸지만,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거나 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실현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갑자기 우리 삶 속에 ‘훅’하고 들어온 AI를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 지난달 30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MIT-IBM 왓슨 AI연구소’를 찾았다.
아태지역 매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레스투어에 참가한 한국 언론사는 연합뉴스가 유일했다. 연구소에 한국 매체가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IBM은 밝혔다. 지난 2017년 IBM이 10년간 2억4,000만 달러의 투자금으로 명문 MIT와 함께 설립한 연구소는 보스턴 인근 MIT 캠퍼스의 한 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
데이빗 콕스 연구소장을 비롯한 핵심 연구원 5명의 강연을 영상으로 찍을 수는 있지만, 이들의 음성을 보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투어의 조건이었다. 불붙은 AI 개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체감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MIT 교수진과 학생, IBM 연구진 등 50여 명이 참여한 이 연구소는 튜링상 수상자를 비롯한 외부 저명 학자들과 함께 50건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 학술지에 70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맨 먼저 마이크를 잡은 콕스 소장은 AI의 진화 단계를 ‘좁은 인공지능’(Narrow AI), ‘넓은 인공지능’(Broad AI), ‘일반 인공지능’(General AI)의 3단계로 구분하면서 아직 2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좁은 인공지능’은 특정 임무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정확성과 속도를 발휘하지만 단일 분야, 단일 과제만을 수행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여기서 복수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다중모드 분산형 AI인 ‘넓은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려면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 보안, 윤리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소규모 데이터만으로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콕스 소장은 설명했다. 이 중 설명가능성이란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작성된 결과를 인간이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콕스 소장은 “AI 비서들이 속거나 조종당하는 사례를 점점 더 많이 볼 수 있다. 나쁜 행위자들이 침투해 (AI의) 의사 결정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공정하고 윤리적인 AI를 강조했다.
특히 콕스 소장은 강연 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신뢰할 수 있고, 편견이 없는 AI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책임 있는 기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더 나아가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학습 및 추론 능력에 광범위한 자율성까지 갖춰 사람에 가까운 AI로 기대되는 ‘일반 인공지능’은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콕스 소장은 전망했다. 지금부터 거의 3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이렇게 빨리 (AI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기술의 진보 속도가 예상을 넘어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현재 IBM과 MIT가 AI 연구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의 입력 내용을 ‘진짜 이해하기 위해’ 매우 넓은 범위의 미분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광범위한 다용도 신경 모델이라고 장양 연구원은 전했다.
장 연구원은 이러한 모델이 다양한 후속 작업에 직접 적용될 수 있고, 개별 과제만을 수행하는 재래식 모델보다 우수한 성취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종전의 학습 모델과 달리, 다른 형태의 지식을 결합하고 인과관계를 분석하며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인간 같은’ 유동적 AI 개발이 IBM의 목표라고 연구소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