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1잔 건강 좋다는 학설 뒤집어
혈전·뇌졸증·각종 암 발병 위험높여
매일 밤 1~2잔의 와인 섭취로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과음은 나쁘지만 적정 수준의 음주는 건강에 좋다든지 술의 종류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모순된 연구 결과로 수십 년 간 혼란을 겪어왔다. 결론은 ‘건강한 술’이란 없다. 소량의 알코올 섭취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연구 조사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미국에서 과도한 음주로 인해 연간 약 14만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약 40%가 자동차 사고, 중독, 살인과 같은 급성 원인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간질환, 암, 심장질환 등 알코올로 인한 만성 질환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이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관련된 심각한 건강상의 결과에 대해 언급할 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이 알코올 섭취 장애가 있는 개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음주로 인한 건강 위험은 적정량 섭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음주량을 줄여야 하는지 여부가 궁금하다면 알코올이 언제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다음은 뉴욕타임스의 음주와 건강에 대한 궁금증 풀이다.
▲내가 과음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까
‘과도한 음주’는 엄밀히 말해 미국 식생활 지침이 권장하는 일일한도를 초과하는 모든 경우다. 남성의 경우는 하루에 2잔 이상, 여성의 경우 하루 1잔 이상이다. 권장 1일한도 혹은 1주 간 평균 음주량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금주를 하고 주말 밤에 2~3잔을 마시면 그 주말 술은 과음으로 간주된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된 음료와 한 번이라도 체내에 있는 알코올 양에 따라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술은 왜 그렇게 해로운가
과학자들은 알코올이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DNA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당신의 몸은 알코올을 세포에 독성이 있는 화학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한다. 연방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 알코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마리사 에서 박사는 아세트알데히드에 대해 둘 다 “DNA를 손상시키고 신체가 손상을 복구하는 것을 막는다”며 “DNA가 손상되면 세포가 통제 불능 상태로 성장하여 암 종양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은 또 혈관 내벽 세포에 특히 해로운 또 다른 형태의 DNA 손상인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산화 스트레스는 동맥을 경직시켜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한다.
▲술은 심장에 좋지 않나
알코올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일부 학자들은 소량의 음주, 특히 레드 와인이 심장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과거 알코올은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높이고 포도(혹은 레드와인)에서 발견되는 항산화제인 레스베라트롤은 심장을 보호하는 특성을 지녔다는 연구 조사가 있었다. 그러나 밴더빌트대 간호학과 교수인 마리안 피아노 박사는 “소량의 알코올 섭취가 심장 건강에 좋다는 생각은 적은 양을 마시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금연하는 등 건강한 습관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행동들이 심장에 주는 혜택이 소량의 알코올 섭취와 잘못 연관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최근의 연구 조사는 낮은 수준의 음주라도 고혈압과 심장질환의 위험을 다소 증가시킨다. 또, 과음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사람들이 술을 끊거나 그냥 줄이는 것만으로 혈압이 떨어지며, 알코올은 또 혈전 및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는 ‘심방 세동’으로 알려진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과 관련이 있다.
▲음주는 어떤 암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키나
대다수가 흡연과 암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음주가 잠재적인 발암 물질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암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술은 매년 7만5,000건 이상의 암 발병과 1만9,000건의 암 사망을 초래한다. 음주는 두경부암(구강, 인두, 후두),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 7가지 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술과 전립선암, 췌장암을 포함한 다른 암과의 연관성 역시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간암과 대장암 등의 경우 과음할 때 그 위험이 시작되는 반면에 유방암과 식도암은 음주와 함께 위험성이 생기기 시작하고 술을 많이 마실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가장 위험한 상태라면
미국에서 음주 관련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알코올성 간질환이다. 매년 약 2만2,000명의 생명을 앗아가는데 연령이 높을수록, 음주가 잦을 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인 5,000명 이상이 20대, 30대, 40대에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매년 사망하고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3단계로 나뉘는데 장기에 지방이 쌓이는 알코올성 지방간, 염증이 생기기 시작하면 알코올성 간염, 그리고 알코올 간경화이다. 간질환이 생겨 술을 완전히 끊을 경우 처음 두 단계는 되돌릴 수 있지만 세번째 단계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증상에는 메스꺼움, 구토, 복통, 황달 등이 있지만 간이 심하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알코올성 간 질환 발병 위험은 과음자에게서 가장 높지만, 한 보고서에 따르면 5년 동안 하루에 술을 2잔만 마셔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하루 4잔을 마시는 사람의 90%가 알코올성 지방간 징후를 보인다.
▲그럼 술을 줄여야 할까, 아니면 아예 술을 끊어야 할까
음주에 관해 좋다 나쁘다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권장량을 초과해 과음하는 경우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유익하다. 나이미 박사는 “하루에 2잔 이상을 마시면 위험이 정말 가속화된다”라며 “하루에 5~6잔을 마시는 사람들이 3~4잔으로 줄일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y Dana G. Sm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