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으로 산소ㆍ영양분을 공급하는 3개의 관상동맥(coronary artery)이 여러 가지 이유로‘좁아져’ 심장에 피가 부족해지면‘협심증(angina)’을 앓게 된다. 협심증은 가슴 통증ㆍ호흡곤란 등이 주증상이다.‘갑자기 가슴을 쥐어짠다, 조인다, 뻐근하다, 누른다, 답답하다, 터질 것 같다’ 등으로 표현된다. 때로는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협심증, 지난해 71만여 명 발생… 최근 5년 새 10% 증가
가슴 통증·호흡곤란 등이 주증상, 소화불량 증상도 생겨
관상동맥이 아예 막혀버리면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된다. 심근경색은 극심한 가슴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데, 병원 도착 전에 40%가 사망하고, 병원 도착 후 적극 치료해도 5%가 목숨을 잃는다.
협심증 환자는 2017년 64만5,772명에서 2021년 71만764명으로 6만4,992명(10.1%)이 늘어나 최근 5년 새 10% 이상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1년 기준으로 전체 환자 중 남성이 60%(42만5,252명), 여성은 40%(28만5,512명)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1.5%(22만3,807명)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9.6%(21만147명), 80세 이상이 16.1%(11만4,093명) 순이었다.
◇흉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게 문제
협심증은 가슴 통증 양상에 따라 안정형ㆍ불안정형ㆍ변이형 등 3가지로 나뉜다. 조깅ㆍ등산 등 운동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가슴이 아프면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일 가능성이 있다. 흉통이 5분가량 지속되고, 쉬면 통증이 가라앉아 병원을 찾지 않을 때가 많다.
‘불안정형 협심증(unstable angina)’은 흉통이 20~30분간 지속되고, 안정을 취해도 계속 가슴이 아프다. 흉통이 발생할 때 왼쪽 팔ㆍ목ㆍ턱ㆍ등쪽으로 퍼지기도 한다(방사통ㆍ放射痛ㆍradiating pain). 하지만 방사통은 20~30% 정도에서는 방사통 대신에 더부룩한 느낌ㆍ속 쓰림ㆍ구역질ㆍ복통 등과 같은 소화기 질환 증상이 생긴다.
‘변이형 협심증(variant angina)’은 흉통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생기는 게 특징이다. 술ㆍ담배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김병극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할 때 숨이 가쁘고 통증이 생겨도 대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갑자기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협심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약물 코팅된 스텐트 시술, 재협착률 5% 미만
협심증은 혈관조영술(혈관에 조영제를 넣은 뒤 X선 촬영해 혈관 모양을 알아낸다)ㆍ초음파검사ㆍ광간섭단층촬영(심장 혈관 내부를 3차원 이미지로 상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심장 혈관 영상 장치) 등으로 알아낸다. 혈관 기능 소실 여부를 수치로 정확히 제시하는 혈관 기능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협심증이라면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피를 묽게 해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 동맥경화 진행을 막고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스타틴 계열 약, 통증을 조절하는 협심증 약 등을 복용한다.
평생 협심증 약을 먹어야 하기에 약 복용을 꺼리는 환자가 있는데 평생 먹어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지 않기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증상 유무와 진행에 따라 약물 개수와 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하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 시술(스텐트 시술)’을 시행한다. 약물 코팅된 스텐트가 나와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률도 5% 미만으로 줄었고, 재질도 아주 얇아졌다.
혈관 영상 기술 발달로 스텐트가 병변에 제대로 부착됐는지도 알 수 있게 됐다. 시술 후 약 복용 기간도 1년에서 6~9개월, 더 짧게는 3개월 미만으로 줄었다.
재협착ㆍ심근경색ㆍ뇌졸중 등을 예방하기 위한 약도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플라빅스)ㆍ티카그렐러(브릴린타) 등 P2Y12억제제를 병용하는 ‘이중 항혈소판 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ㆍDAPT)’이 쓰이고 있다.
협심증도 다른 질병처럼 예방이 최선이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혈관 3대 숫자’를 기억하면 된다. 혈압(120/80㎜Hg 미만)ㆍ혈당(공복 혈당 100㎎/dL 미만)ㆍ‘나쁜’ LDL 콜레스테롤(130㎎/dL 미만)을 관리해야 한다.
임영효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 초고위험군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을 70㎎/dL 이하로 유지해야 하고, 최근 해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5㎎/dL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협심증ㆍ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5회 이상 40분간 시행하는 등 적절한 운동과 신선한 채소 위주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