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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갱도에서 마신 기적, 커피믹스

미국뉴스 | 라이프·푸드 | 2022-12-02 11:01:13

한국 커피믹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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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커피믹스의 역사

지난 11월 4일 오후 11시 3분께,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두 명이 구조됐다. 10월 26일 지하갱도에 모래와 뻘이 무너져 고립된 지 열흘(221시간) 만이었다. 두 발로 스스로 걸어 갱도 밖으로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던 이들의 생존 비결은 무엇보다 커피믹스였다. 두 사람은 작업에 투입될 때 챙겨 갔던 커피믹스 30봉을‘밥처럼 먹으며’ 버텼다. 평소 당 과다섭취의 원흉으로 지적받기 일쑤였던 커피믹스가 위급한 상황에서 고열량의 비상식량 노릇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두 광부의 생환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는 한국 커피믹스의 역사를 살펴보자.

 ‘커피믹스’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스틱형 파우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커피믹스’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스틱형 파우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즉석 커피와 ‘프림’의 역사

우리가 흔히 콩이라 일컫는 커피 ‘원두’는 나무의 열매이다. 이를 구워 기름과 향화합물을 북돋은 뒤 가루를 내어 뜨거운 물 혹은 압력으로 추출해낸 액체 정수가 바로 우리가 마시는 커피이다. 아무래도 번거롭다고 할 수 있는 추출과정을 극복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인류는 19세기 말부터 즉석 커피를 개발해낸다. 1890년 뉴질랜드의 데이비드 스트랭이 물에 바로 녹는 즉석 커피를 세계 최초로 발명해 특허를 낸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 가토 사토리가 최초 발명자라고 알려져 왔지만 스트랭이 좀 더 앞선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인스턴트 커피를 최초로 대량생산해 상용화한 인물은 조지 콘스턴트 루이스 워싱턴이다. 벨기에 이민자로 1897년 미국에 건너와서 1910년 G. 워싱턴 커피 컴퍼니를 설립해 중앙아메리카의 커피로 즉석 커피를 제조해 판매했다. 그의 즉석 커피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군납됨으로써 입지를 굳힐 수 있었지만 지금의 즉석 커피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현재 즉석 커피 제조 방식의 대세인 고진공 동결건조법이 개발된 건 2차 세계대전 직후였다. 미국의 국립연구상사(NRC)가 전쟁에서 쓸 페니실린이나 혈장의 생산을 위해 연구했던 기술을 전후 상황에 맞게 전용하면서 토대를 다졌다. 

한편 커피믹스에 빠질 수 없는 ‘프림’, 즉 식물성 크리머는 1943년부터 개발이 이루어졌다. 식품 회사 리치 프로덕트의 직원인 홀튼 다이아몬드가 커피에 잘 녹는 대두단백을 개발한 게 시초였다. 이후 몇몇 제품의 개발을 거쳐 1952년, 탈수시킨 크림과 설탕을 혼합한 프림이 탄생했다. 

■한국 즉석 커피의 역사

오늘날 우리는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으며 산다. 커피와 밥값의 불균형을 꼬집는 표현으로 ‘밥보다 비싼 커피’가 쓰여 왔지만 이제 그마저도 설득력이 없어져 버렸다. 우리가 쌀밥은 1주일에 평균 7회 먹는 반면 커피는 평균 12.3회 마시기 때문이다. 20세 이상 성인이 마신 연간 커피소비량은 10g을 한 잔으로 환산했을 때 2017년 기준으로 약 377잔, 1인당 하루 평균 1잔 이상이다. 그 가운데서도 즉석 커피의 소비는 전 세계 1위인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발명된 커피믹스 덕분이다. 그렇다, 재료는 서양에서 개발되었지만 그 전부를 한 데 합친 즉석 커피믹스는 한국에서 개발되었다.

국내에 커피가 처음 유입된 건 조선 말기인 19세기 말이다. 최초로 커피를 마신 임금인 고종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고종의 지원으로 한국 최초의 커피숍이 문을 열었고 개화파 인사나 외국인이 드나들며 교류의 장으로 삼았다. 

한편 일반인들도 비슷한 시기에 처음으로 커피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에 상주하던 프랑스 상인이 나무의 독점을 위해 나무꾼들에게 공짜 커피를 제공한 게 시초였다. 나무꾼들은 서양에서 왔는데 검은색에 약초를 달인 탕국과 비슷하다며 커피를 ‘양탕국’이라 불렀다. 

한국에서 커피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이후였다. 다른 서양 혹은 미국의 문물처럼 미군부대를 통해 퍼져나간 커피는 1960년대 다방의 전성시대를 일궜다. 하지만 커피 자체는 95%가 밀수품, 혹은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물건이었으니 참으로 찝찝한 다방의 전성기였다. 그러던 가운데 1970년 동서식품이 한국 최초의 즉석커피 ‘맥스웰하우스 코피’를 출시한다. 그리고 6년 뒤인 1976년, 드디어 즉석 커피믹스가 등장한다. 동서식품이 1회 분량의 커피 파우더와 크리머 및 설탕을 배합한 즉석 커피 ‘커피믹스’를 개발한 것이다.

다방커피에 길들여진 입맛에 호소하도록 배합한 맛과 향도 중요했지만, 한 봉지에 45원이라는 가격도 커피믹스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방 덕분에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지만 그래도 여전히 커피는 선진국의 음료, 상류층의 사치품이란 인식이 남아있었다. 그런 현실에서 간편하고 저렴한 커피믹스가 등장하면서 커피는 대중화의 혁명을 일궈내 서민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이처럼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커피믹스는 포장의 변화로 인해 한층 더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생산 초반 커피믹스는 원래 ‘파우치’와 ‘스틱’ 형태로 구분해 생산되었다. 대도시에는 전자, 지방에는 후자를 공급했는데 점차 후자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스틱형이 파우치형보다 선호되기 시작하면서 커피믹스의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고, 덕분에 스틱형 커피믹스의 포장설비기계가 개발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커피의 맛과 포장 등 외적인 사용자 편의성을 겸비하면서 동서식품은 세계에서 유일한 스틱형 커피믹스 생산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출범 이후 승승장구해온 커피믹스는 1990년대 후반, 위기를 기회 삼아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한다. 1997년의 외환위기가 기점이었다. 국가 차원의 경제 위기를 맞아 모든 분야에서 비용 절감이 이루어졌으니, 안타깝게도 기업에서 커피 심부름 같은 잡무를 도맡아 했던 여성 직원들의 감원이 줄을 이었다. 그 결과 자신의 커피를 스스로 타 먹는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커피믹스의 중요성이 한결 더 높아졌다. 

이런 커피의 내외적 환경을 등에 업고 맥심 커피믹스는 승승장구,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커피 시장을 장악했다. 오죽하면 “한국인의 커피 입맛이 맥심으로 표준화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맥심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대표 상품은 ‘모카골드 마일드’다. 2013년 기준 하루 평균 1,922만 개, 연간 총 70억 개의 모카골드 마일드가 판매됐다. 심지어 아마존에서도 모카골드 마일드의 인기는 높아서, 현재 4,659개의 별점 리뷰 가운데 85%가 최고점인 별 다섯이다.

한국에서 일한 동남아인이 고향이 돌아갈 때 사 가는 기념품 1위로 꼽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커피믹스이지만 또 나름의 곡절이 있다. 역사를 살펴볼 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동서식품은 사실 즉석 커피믹스로 해외진출이 불가능하다. 1968년 미국 대형 식품회사인 몬델리즈(당시 크래프트)와 (주)동서의 50대 50의 합작으로 설립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심과 맥스웰 등의 상표권이 몬델리즈에 속해 있으며 판매 허가 역시 국내로 한정돼 있어 맥심 브랜드로 수출할 수가 없다. 

한편 홈카페의 대중화로 커피믹스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aT식품산업정보통계에 따르면 2017년 1조218억 원이었던 믹스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9,656억원, 2019년 8,93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믹스커피 시장 점유율이 88.3%(닐슨 시장조사 2021년 4월 기준)에 이르는 동서식품의 시름도 커졌다. 커피믹스가 근래 가장 반가운 희망의 소식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지만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볼 시기다.

고종이 외교사절을 데려가 당시 커피인‘가배’를 즐겨 마신 곳으로 알려진 덕수궁 정관헌.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종이 외교사절을 데려가 당시 커피인‘가배’를 즐겨 마신 곳으로 알려진 덕수궁 정관헌.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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