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주서 추수감사절 앞두고 칼에 찔려
13일 오전 11시 58분 중서부 아이다호주(州) 작은 대학도시 모스크바 경찰서에 911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사람들이 집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였다. 경찰이 집에 도착했을 때 문은 열려 있었고 강제 침입의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4명은 모두 칼에 찔려 숨진 상태였다. 피해자들은 20대 초반의 아이다호대 학생들이었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다호 남녀 대학생 4명 살인사건’이 미국 전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범행 동기나 용의자를 찾지 못한 의문의 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주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FBI)까지 투입됐지만 범행의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억측과 허위정보도 떠돌고 있다.
19일 미 CNN, 워싱턴포스트, 지역 언론 ‘아이다호 스테이츠맨’ 등에 따르면 사건은 13일 오전 발생했다. 희생자 4명은 토요일이었던 12일부터 캠퍼스 안팎의 파티와 술집에서 주말 밤을 즐겼다. 13일 새벽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고 우버 등을 이용해 오전 1시 45분쯤 함께 살고 있던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이들은 반나절도 안 돼 집 2층과 3층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희생자 중 3명은 여성이었고, 나머지 1명은 이 희생자 중 한 명의 남자친구였다. 부검 결과 희생자들은 13일 오전 3~4시쯤 같은 무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희생자들은 잠든 상태였다. 일부에게선 ‘방어흔’도 발견됐다.
SNS에선 ‘피해자들이 묶이고 재갈까지 물렸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경찰은 “온라인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희생자 중 2명이 잭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 통화 목록도 공개됐으나 잭의 신원은 특정되지 않았다.
이들이 숨진 집에는 다른 여학생 2명도 함께 살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던 시간에 이들도 집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일단 이 집에 함께 있었던 룸메이트 2명은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경찰 대변인은 “잠재적으로 그들은 목격자이고 희생자”라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의 단서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찾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큰 칼’ 구입처도 경찰의 주요 관심사다. 이 칼은 영화 람보에 나왔던 군사용 대검 ‘카바(Ka-Bar)’로 알려졌다. 카바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미 해병대가 군용 대검으로 채택하면서 유명해졌다.
40명 넘는 FBI 요원과 경찰은 인근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탐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보도 500건 가까이 들어왔다. 미국 최대 명절 추수감사절(24일) 연휴를 앞두고 아이다호대는 사실상 휴강에 돌입해 대학도시는 텅 비어가고 있다. “학생과 주민들은 빨리 범인이 잡히고 안정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