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했는데…
중간 선거 앞둔 교계,‘낙태, 종교 자유’보다
마태복음 6장에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러나 살인적인 고물가 여파 속에 기독교인도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2주도 채 남지 않은 중간 선거.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관심사에 따라 표심의 방향이 결정된다. 예년 선거에서 기독교 유권자는 낙태, 종교 자유 등 종교적 이슈를 기준으로 투표에 나섰지만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종교적 이슈보다는 경제적 이슈를 우려하는 교인이 늘어 유권자 표심에 반영될 전망이다.
애리조나 기독교 대학 문화 연구 센터는 최근 미국 성인 2,275명을 대상으로 11월 8일 열리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조사했다. 전체 성인이 한목소리로 꼽은 이슈는 바로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생활비’였다. 약 61%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부담이 올해 투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살인적인 고물가에 대한 우려로 이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와 법안에 한 표를 던지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 밖에도 ‘식료품 가격과 부족 사태’, ‘개솔린 가격과 관련 정책’ 등의 이슈가 이번 투표권 행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유권자도 상당수였다.
기독교인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반응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문화 연구 센터는 교인을 성경적 세계관 보유 교인, 거듭난 교인, 복음주의 교단 출석 교인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반응을 살폈다. 우선 성경적 세계관 보유 교인이 이번 선거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꼽은 5가지 이슈 중 종교 자유와 낙태 문제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나머지 두 부류의 교인이 꼽은 상위 5개 이슈 중에는 낙태, 종교 자유, 국가 윤리, 공공 교육 등 종교적 이슈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식료품 가격과 부족 사태,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물가, 개솔린 가격과 관련 정책과 같은 경제 관련 이슈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 밖에도 거듭난 교인과 복음주의 교인은 테러 및 범죄 대비, 치안 및 공공 안전 등 사회적 이슈를 투표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았다.
조니 바나 문화 연구 센터 디렉터는 “신앙심이 깊은 교인조차도 투표권을 행사할 때 공공 정책과 정치인이 유권자 개인에게 미칠 영향을 먼저 우려한다”라며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교인이 늘고 있는 것은 혼합주의 세계관 확산과 종교적 헌신 쇠퇴가 동시에 반영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