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디자인도 유행을 탄다. 한동안 인기를 끌던 아이템이 한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나타난 디자인 트렌드가 대표적인 예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반영돼 실내 활동이 강조된 디자인이 유행을 끌었다.
실외 활동에 적합한 목조 데크, 또는 뒷마당 농장 등을 꾸미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이미 한물간 디자인이 되고 말았다.‘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가 최근까지도 인기를 끌었지만 유행이 서서히 시들고 있는 주택 디자인을 모아봤다.
‘주택 디자인’도 패션처럼 유행에 민감
한때‘핫’했지만 인기 시들어가는 디자인들
◇ 팜 하우스
몇 해 전부터 농촌 지역 주택 디자인이 적용된 ‘팜 하우스’(Farm House) 장식이 큰 인기를 끌었다. 외곽 지역은 물론 도심에 위치한 주택도 마치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농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의 실내 디자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실내 디자인 업계에서는 이 팜 하우스 장식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내를 오래된 집처럼 꾸며 정감 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 팜 하우스의 목적이다. 그런데 이 팜 하우스 디자인이 자칫 집을 낡게 보이게 할 수 있어 꺼리는 주택 소유주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흰색 위주 가구와 장식, 실내 ‘반 도어’(Barn Door), 여러 개 판자를 붙인 실내 벽, 식탁이나 카운터 톱 위에 놓는 투명 유리병 장식, 버팔로 체크무늬 등이 대표적인 팜 하우스 디자인이다.
◇ 보울 싱크대
기존 욕실 싱크대 디자인에 싫증을 느낀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보울 싱크’(Vessel Bowl Sink)가 큰 유행이었다. 기존 싱크대는 카운터 톱 아래를 파서 설치하는 방식이지만 보울 싱크대는 카운터 톱 위에 세숫대야처럼 올려놓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카운터 톱 공간이 협소한 경우 작은 원형 보울 싱크 두 개를 설치하기도 하고 직사각형 모양의 큰 싱크대가 카운터 톱에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세라믹 재질이 가장 흔하지만 대리석 또는 구리 재질의 보울 싱크대를 설치도 가끔 볼 수 있다.
보울 싱크대가 보기에는 신선하고 독특하지만 관리상 불편한 점을 제기하는 주택 소유주가 많아졌다. 우선 사용한 물이나 이물질이 싱크대와 카운터 톱 사이에 자주 끼는데 청소가 쉽지 않은 편이다. 카운터 톱 상단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세라믹 재질의 싱크대의 경우 다른 물체와 충돌로 인해 파손되기도 쉽다. 파손된 싱크대는 보기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체비도 만만치 않다.
◇ 클로피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가장 많이 필요한 실내 공간이 바로 홈 오피스였다. 그래서 탄생한 공간이 바로 ‘클로피스’(Cloffice)다. 클로피스는 옷장인 ‘클로짓’(Closet)과 사무실인 ‘오피스’(Office)를 합성한 신조어로 클로짓 공간을 오피스로 변형한 공간이다. 한때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클로짓을 홈 오피스로 개조한 사진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부분 클로짓에 설치된 옷걸이와 선반을 제거하고 대신 책상과 책꽂이 용 선반을 설치한 형태로 화분이나 벽지로 멋지게 꾸민 클로피스도 많았다.
여전히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주택 소유주가 많기 때문에 홈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클로피스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채광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홈 오피스 공간을 별도로 꾸미는 트렌드가 클로피스를 대신하는 추세다. 또 옷이나 기타 물품 수납에 클로짓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클로짓을 오피스로 전용하는 사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 이끼 벽
올해 주택 디자인 업계의 화두 색상은 ‘그린’이다. 거의 모든 페인트 업체가 녹색을 올해의 색상으로 선정할 정도였다. 이 같은 트렌드는 야외 활동이나 여행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록 다운’ 기간 중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을 연상케 하는 녹색이 반영된 실내 디자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녹색 페인트나 녹색 가구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화초를 키우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고 일부 주택 소유주는 한쪽 벽면을 아예 ‘이끼 벽’(Moss Wall)으로 꾸며 실내에서 녹음을 즐길 정도였다. 일부 소유주는 패티오나 뒷마당 공간을 활용 채소 등 식료품을 자급자족하기 위한 ‘빅토리 가든’(Victory Garden)을 꾸미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녹색에 싫증을 느끼는 소유주가 늘고 있고 실내에 지나치게 화초를 많이 키우는 트렌드도 사라지고 있다.
◇ 레인폴 샤워헤드
‘레인폴 샤워헤드’(Rainfall Showerhead)는 일반 샤워 헤드보다 크고 마치 비를 뿌리듯 물을 공급한다. 고급 호텔이나 스파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DIY’(Do It Yourself) 설치도 쉬워 레인폴 샤워헤드로 교체하는 주택 소유주가 많았다. 그런데 이 샤워헤드의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레인폴 샤워헤드는 마치 머리 위에서 버킷으로 물을 쏟아붓는 것 같아 일반 샤워헤드가 주는 시원하고 편한 느낌이 떨어진다. 또 면적이 넓어 일반 샤워헤드보다 수압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에 해당한다. 실내 디자인 업계는 이미 올해 초 레인폴 샤워헤드가 사라질 것을 예고한 바 있다.
◇ 타일 카운터 톱
70, 80년대 설치된 카운터 톱은 대부분 흰색 타일이 사용됐다. 재료비가 저렴한 것이 타일 카운터 톱이 유행한 이유였는데 청소와 관리가 쉽지 않아 이제 대부분 다른 재질로 교체되고 말았다. 몇 년 전부터 액센트 컬러가 사용된 타일 카운터 톱이 다시 등장했지만 이마저 곧 유행이 시들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작은 타일 사이에 ‘그라우트’(Grout)라고 부르는 채움재를 사용한다. 그런데 그라우트 부분이 쉽게 더러워지고 한 번 더러워진 그라우트는 청소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예 새 타일로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비 부담은 물론 작업도 번거롭다. 최근에는 타일 카운터 톱을 설치할 때 흰색 그라우트보다 때가 잘 타지 않는 짙은 녹색이나 푸른색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