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을 하는 여성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알코올 의존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가 계속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여성 월간 음주율은 2018년 51.2%로 지난 13년간 14.2%가 증가했고, 성인 여성의 월간 폭음률 역시 2019년 24.7%로 2005년보다 7.5%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전 연령대 모두 월간 폭음률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대는 2005년에 비해 19.1%, 30대는 9.2% 늘었다. 월간 폭음률은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에 5잔 이상의 음주 분율을 말한다.
과거에는 40, 50대 주부들이 외로움ㆍ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음주 습관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20, 30대 여성이나 대학생의 폭음이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혼자 술을 마시는 주부를 지칭하는 ‘키친 드링커’가 여성의 알코올 사용 장애를 보여주는 단어였다면, 요즘은 주부의 음주 문화를 표현하는 단어로 ‘육퇴 후 한잔’을 들 수 있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 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알코올 의존 문제로 병원을 찾은 여성이 2017년 1.6만 명으로 5년 동안 7.3%가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과 같이 실제로 알코올 사용 장애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가 많이 증가했고, 여성 병동 입원 환자의 경우 이전에는 40, 50대 여성 환자가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는 20대까지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고 했다.
여성 음주율 증가 원인으로는 여성 고용률 증가,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의 사회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그리고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중된 육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코로나 우울증’을 들 수 있다.
통계청의 사회 조사에서 음주 여성 40%는 절주 또는 금주가 어려운 이유로 ‘스트레스 (34.7%)’와 ‘사회생활에 필요해서(34.4%)’라고 응답했다.
김석산 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었지만, 일과 양육을 지원해줄 사회보장이나 복지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가사 분담이 뒷받침되지 못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크고,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나 보육 시설, 문화센터 등의 운영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더욱 가중된 육아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으로 ‘육퇴 후 한잔’ 문화가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주류 업체들이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저도수의 술을 출시하거나, 자사의 제품을 ‘육퇴 후 한잔’에 적당하다고 홍보하는 등 20,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김석산 원장은 “폭음이 간에 미치는 손상이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욱 크고, 동일한 양을 섭취하면 여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2배가량 높으며, 암이나 종양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발표도 있는 만큼 과도한 알코올 섭취 시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원장은 또한 “알코올이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자극하는 의존성 유발 물질인 만큼, ‘육퇴 후 한잔’처럼 소량이어도 습관적으로 반복된다면 내성이 생겨 점점 음주량이 늘어나고, 결국 알코올 의존증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음주량이나 횟수가 늘거나 블랙아웃을 경험하진 않았는지 음주 습관을 자가 점검해 보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