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주택 시장은 셀러에 의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심한 매물 부족 사태가 이어진 가운데 바이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전에 없던 ‘셀러스 마켓’을 경험한 시기다. 최근 집값이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에 차익 실현 매물이 늘고 있고 동시에 수요는 점차 감소하는 중이다. ‘셀러스 마켓’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신호가 전국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바이어스 마켓에 진입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극심한 불균형 상태의 주택 시장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이자율, 주택 공급 등 주변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셀러스 마켓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닷컴이 지난 1년 사이 집을 판 셀러 5,900명을 대상으로 셀러 유형과 주택 판매 경험 등에 대해 알아봤다.
‘복수 오퍼와 캐시 오퍼’도 여전히 많아
질로우 지난해 셀러 분석 보고서에 밝혀
▲ 백인, 60세 이상 셀러 다수
지난해 집을 판 셀러의 중간 나이는 46세였다. 46세 전후 나이대에 집을 판 셀러가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연령대 별로는 30세~39세가 전체 셀러 중 약 22%로 가장 많았고 40세~49세 연령대 셀러 역시 21%를 차지했다. 은퇴 세대로 볼 수 있는 60세 이상 셀러도 전체 중 약 30%나 차지했다.
이들은 오랜 주택 보유로 주택 순자산 비율이 타 세대보다 높은 세대다. 집값이 더 오르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 시세 차익 실현을 위한 매매가 60세 이상 셀러 사이에서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18세~29세로 젊은 연령대는 전체 셀러 중 약 11%를 차지했다. 대부분 첫 주택 구입자로 더 큰 집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의 처분이 많았다. 지난해 셀러를 세대별로 구분하면 X세대(43세~57세)와 베이비 부머(58세~77세)가 각각 29%로 가장 많았고 밀레니엄 세대(28세~42세), Z세대(18세~27세), 침묵 세대(78세 이상) 순이었다.
지난해 가장 활발하게 주택을 처분한 인종은 백인(비 히스패닉계)이었다. 백인 셀러는 전체 셀러 중 약 74%나 차지했는데 전체 인구 중 백인 비율인 63%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이는 백인 주택 소유율이 타 인종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매년 비슷한 비율로 조사되고 있다. 백인에 이어 라틴계 셀러의 비율이 10%로 두 번째로 많았고 흑인 셀러는 7%의 비율을 보였다. 아시아 태평양계 셀러가 전체 셀러 중 차지한 비율은 5%에 그쳤고 기타 인종은 2%였다.
▲ 고소득자 주택 처분 활발
지역별로는 남부에서 집을 판 셀러가 타지역보다 많았다. 지난해 남부에 거주한 셀러는 39%로 전체 지역 중 가장 많았다. 남부 지역의 경우 타지역에 최근 수년간 신규 공급 주택이 활발히 이뤄져 주택 재고가 높은 지역이다. 또 타지역에 비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택 수요가 높았던 점도 이 지역 셀러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요인이다. 남부 지역에 이어 중서부 지역 셀러가 23%, 서부 지역은 22%를 차지했고 북동부 지역의 셀러는 15%로 조사됐다.
소득 수준별로는 고소득 셀러의 주택 처분이 활발했다. 지난해 연 가구 소득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셀러는 전체 중 39%를 차지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가 주택 소유자로 고가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비교적 컸던 것이 주택 처분을 결정하게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연 소득 5만 달러~9만 9,999달러대 셀러는 32%, 5만 달러 미만 셀러는 28%였다.
학력별 셀러의 경우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셀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고졸 미만 셀러는 25%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셀러는 모두 대졸 이상이었다. 2년제 대학 졸업 셀러는 30%, 4년제 대학 졸업 셀러는 26%, 석사 학위 소지 셀러는 19%로 조사됐다. 이는 학력이 높을수록 주택 소유율이 높아지는 추세와 관계있다.
▲ 셀러 4명 중 3명 복수 오퍼 받아
최근 몇 년간 집을 판 셀러는 집을 빨리 팔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여러 명의 바이어로부터 오퍼를 제출받았다. 셀러스 마켓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올해까지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지난해 4건 이상의 오퍼를 제출받은 셀러는 전체 중 26%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97%에 달하는 셀러가 적어도 바이어 1명으로부터 오퍼를 받아 집을 팔았고 오퍼를 한 건도 받지 못한 셀러는 3%에 불과했다. 오퍼를 받지 못한 셀러는 일반적인 주택 매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에게 직접 집을 판 바이어들이다.
최근 주택 구매 계약 중도 취소 비율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질로우닷컴의 조사 기간에는 계약 취소를 경험한 셀러의 비율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주택 구매 계약 취소 없이 집을 판 셀러는 54%로 절반을 넘었다. 에스크로 도중 계약이 한차례 취소된 적 있다고 밝힌 셀러는 전체 중 약 23%로 작년(21%)보다 조금 늘었다. 구매 계약이 2번~4번 이상 취소된 셀러는 약 23%로 조사됐다.
▲ 셀러 절반 이상 ‘캐시 오퍼’ 받았다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 시기에는 현금 구매인 ‘캐시 오퍼’와 컨틴전시를 제외한 오퍼가 늘어난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셀러 중 62%는 적어도 한 건 이상의 현금 구매 오퍼를 제출받았다고 했다. 현금 구매 오퍼는 모기지 대출을 끼지 않고 주택 구매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해 구매 계약이 취소될 위험이 없기 때문에 셀러가 선호하는 오퍼 유형이다.
그러나 현금 구매 오퍼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 계약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질로우닷컴의 조사에서 지난해 바이어 중 68%는 모기지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는 현금 구매 오퍼의 계약 취소 위험이 낮더라도 오퍼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에스크로 기간 등이 길어 셀러에게 불리하게 여겨지면 모기지 대출 조건의 오퍼로도 승산이 있음을 보여준 조사 결과다. 실제로 가장 많은 셀러(55%)가 집을 팔 때 매매 수익을 우선순위로 고려한다고 했고 약 35%의 셀러는 계획한 시기에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 홈 인스펙션 포기 바이어 여전히 많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홈 인스펙션 조건 없이 오퍼부터 제출하는 무모한 바이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홈 인스펙션 조건은 매물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바이어가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오퍼 조건이다. 오퍼에서 홈 인스펙션 조건이 제외되면 매물 상태와 상관없이 구매해야 하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셀러 중 절반이 넘는 57%는 홈 인스펙션 조건이 빠진 오퍼를 받아봤다고 답했다. 바이어 간 경쟁이 극에 달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어를 상대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약 88%에 달하는 바이어가 정상적으로 홈 인스펙션을 실시한 뒤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홈 인스펙션 조건이 빠졌더라도 오퍼 가격이 낮거나 다른 조건이 불리하면 셀러의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셀러 중 84%도 적어도 한차례 이상 홈 인스펙션을 실시한 바이어에게 집을 팔았다고 답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