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아들 살해 후 거짓 신고 ‘들통’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명 휴양지 힐튼헤드아일랜드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아일랜튼에서 911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변호사 알렉스 머도(당시 53세). 그는 “아내 매기(52)와 아들 폴(22)이 총에 맞아 집 앞에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주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머도는 범인 체포에 10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3개월 뒤 머도는 다시 911에 신고 전화를 했다.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 이상 경고등이 떠 길가에서 손을 보던 중 지나가던 차량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총을 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머도 집안은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력한 법조가문이었다. 주 남부 5개 카운티를 관할하는 지역 검사장을 머도의 증조부, 조부, 부친이 1920년부터 87년 연속 맡아 왔다. 이 같은 50대 유명 변호사가 얽힌 의문의 사건에 미국 언론은 주목했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주 대배심은 14일(현지시간) 머도를 아내와 아들 살해, 2건의 흉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첫 911 신고 13개월 만의 일이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기소장에는 머도가 산탄총으로 아내와 아들을 죽였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다만 범행 동기나 그를 범인으로 본 증거 등 다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머도의 수상한 행적은 두 번째 911 신고 열흘 만에 이미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의문의 총격은 살해 시도가 아닌 ‘자살 청부’ 사건이었다. 머도는 다른 아들 버스터(25)가 생명보험금 1,000만 달러(약 132억 원)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해놓고 과거 자신이 변호했던 커티스 에드워드 스미스(61)에게 총을 쏴 달라고 부탁했다. 보험사기 사건이었다.
여기에 머도의 집에서 20년 넘게 일했던 가사도우미 글로리아 새터필드의 2018년 의문의 죽음, 2015년 발생한 스티븐 스미스(19) 뺑소니 사망 사고에 머도가 어떻게 관련됐는지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새터필드가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계단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게 머도의 설명이었는데 ‘미끄러져 넘어진 낙상사고 상처로 보이지 않는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고, 스미스의 죽음 역시 교통사고를 가장한 살인 의혹을 사고 있다.
머도는 자살 청부 사건 하루 전에는 몸담았던 로펌 PMPED에서 사임했다. PMPED는 100년 전 그의 집안에서 세운 로펌이었다. 그런데 머도가 이 로펌에서만 850만 달러를 횡령했고, 마약성 약물 오피오이드에 20년 넘게 중독돼 있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머도의 변호인들은 “그는 세상 누구보다 매기와 폴을 사랑했다. 부인과 아들을 살해할 어떤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머도의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부인의 유언장이 조작돼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살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 머도는 가석방 없는 징역 30년 형에 처해지고 주법에 따라 사형이 구형될 수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본격적인 재판은 3개월 뒤 시작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