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달러 사기’ 주장…“보너스 재투자 강요당해”
국제 금융회사들에 100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안긴 한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사진·로이터)이 자신의 투자회사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개인 숭배’ 식으로 운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케고스 임원을 지낸 브렌던 설리번은 황씨와 회사를 상대로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자신이 5,000만 달러 상당의 사기를 당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직원들에게 보너스의 최소 25%를 사측의 ‘지연보상계획(DCP)’에 재투자하도록 강요했고, 이렇게 모은 돈은 유동성이 크고 안전한 주식에만 투자하는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대규모 마진콜(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사태로 손실이 났을 당시 DCP 내 5억 달러 상당의 자금도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설리번은 투자 참여가 사실상 강압적이었다면서, 황씨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기 전 DCP에 얼마나 많은 돈을 넣을지 결정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DCP에 돈을 넣지 않으면 보너스도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황씨가 유해한 사내문화를 주도하면서, 회사를 ‘영주의 개인 영지’처럼 운영하고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아케고스가 황씨에 대한 ‘개인 숭배’ 식으로 운영됐다면서 “황씨가 직원 실적이나 재능보다는 복종과 아부를 더 신경썼다”고 주장했다. 황씨에 대한 충성도가 회사 내에서 가장 중요했다는 것이다.
황씨가 직원들에게 성경읽기 모임에 참석하고 신앙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시켰으며, 의무적으로 참석한 회사 모임에서 신과 황씨, 사측에 감사를 표하고 충성을 맹세한 직원은 박수를 받은 반면 그렇지 않은 직원은 비난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황씨는 자신이 목사들에게 성경을 가르친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투자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을 질타했으며, 사측이 퇴사 의사를 밝히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직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고 설리번은 주장했다. 다만 황씨와 회사 측 변호인은 논평 요청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케고스는 지난해 3월 파생상품을 이용해 보유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보유 주식 가치가 급락하면서 마진콜 상황에 직면했고 그 여파로 금융기관들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뉴욕남부지검은 지난 4월 황씨 등이 금융기관들을 속여 거액을 빌리고 이를 자신들이 보유 중인 주식에 대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식으로 주가를 조작했다면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황씨는 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