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입성에 이어
앤트로픽·오픈AI도 대기
1조5,000억달러 순공급
‘물량 홍수’ 침체 우려도
스페이스X가 증시에 입성한 데 이어 앤트로픽과 오픈AI의 메가 기업공개(IPO)가 대기하면서 미국 주식 시장이 20년 넘게 지속된 ‘주식 공급 부족’ 상태를 벗어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넘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증시 침체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과 인공지능(AI) 선도 종목 등을 기다렸던 투자 수요가 탄탄했던 만큼 공급 물량에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이 엇갈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미국 증시가 지금 닷컴버블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공급 확대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향후 2년 동안 IPO, 유상증자, 기타 주식 매각 등을 통해 미국 증시에 추가될 물량이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치는 자사주 매입으로 줄어드는 물량까지 반영한 것이다.
이 추정치가 현실화하면 주식 시장이 1990년대 후반 이후 최대 ‘순 공급’을 맞게 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주식시장은 막대한 자사주 매입과 상장폐지 때문에 투자자들이 살 만한 주식이 줄어드는 ‘품귀’ 현상이 대세였다. 이 기간 S&P 500 지수 편입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회수한 규모만 무려 12조달러에 달한다.
이번 공급량 확대를 이끈 주역은 AI 등 혁신기술 ‘스타’ 기업들이다.
일론 머스크의 항공우주·AI 업체 스페이스X는 12일 상장 첫날 종가 기준 2조달러를 넘는 시가총액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현재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육박하는 양대 AI 모델 개발사 앤트로픽과 오픈AI도 IPO를 추진하고 있다. 구글, 메타플랫폼스(메타), 오라클은 막대한 AI 투자 자금을 충당하고자 자사주 매입을 축소하고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과거 이런 빅테크들은 주로 사내 유보금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 ‘실탄’을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나서면서 자금 조달처를 주식 시장으로 옮기는 ‘주식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시장에서는 공급량 증대가 증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과거 상장사들이 주주환원 차원에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 이 역학이 바뀌면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 쏟아져나온 추가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수요 부족’은 훨씬 더 큰 문제다. 지금껏 지수형 펀드 매수세와 개인투자자들의 열기로 지탱되던 미 증시가 갑작스럽게 성장 한계에 부딪히며 휘청일 수 있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투자 운용사 웨스트우드의 에드리언 헬퍼트 펀드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왜 하필 지금 주식 매각에 나서는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며 “이들이 성장의 과실을 장외 시장에서 다 소진하고 상장을 하려는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 오픈AI, 엔트로픽 등 3대 IPO ‘대어’ 종목이 상장 초기 극히 일부 지분만 유통하는 구조를 가진 것도 우려 요인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 공모발행 물량이 5%를 넘지 않는다. 통상적인 공모 물량인 15∼20%를 크게 밑돈다. 오픈AI와 엔트로픽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택할 계획이다. 나중에 보호예수에 묶인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면 공급 물량 압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시장분석업체 네드 데이비스의 추산에 따르면 이들 3사의 기업가치는 3조달러에 달하며, 이 중 일부만 공모 시장에 풀려도 S&P 500 기업의 1년 치 자사주 매입 효과를 통째로 상쇄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론도 만만찮다. 물량 증가는 시장의 ‘리스크’(위험 요인)에 불과하고 기업들의 펀더멘털(실적)이 뒷받침하는 만큼 이번 국면을 증시가 격변하는 계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