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트랙 타고 가던 소년 대원 15명, 트럭 충돌하자 긴급 구조 지원
부상자 응급처치·의료물품 전달…"고인 곁에서 손 잡아주기도"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열차와 트럭의 충돌 사고 때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보이스카우트 학생들이 사고 충격으로 경황없는 와중에도 용감히 다른 승객들의 구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29일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열차 사고 당시 암트랙(전미철도여객공사) 열차 탑승자 엘리 스크랩잭(15) 등 15명의 보이스카우트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27일 오후 12시 40분께 시카고발 로스앤젤레스행 암트랙 열차가 엘리 등 270명의 승객을 싣고 중부 미주리주 멘던을 지나다 건널목에서 덤트프럭과 부딪혀 탈선했다.
엘리 일행은 뉴멕시코 산악지역에서 10일간 야영 체험을 하고나서 기차를 타고 위스콘신주 애플턴의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사고 충격으로 열차는 옆으로 전복됐고, 트럭 운전사와 승객 등 4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당시 엘리는 자신의 좌석에 앉아 있다가 열차가 굉음을 내고 옆으로 쓰러지자 다른 보이스카우트 학생들이 있던 좌석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여기저기 부서진 열차 잔해가 떨어져 내렸고 곳곳에선 공포에 질린 신음소리가 들리는 등 열차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엘리는 "어느정도 상황 파악이 되자 몸속에 있던 아드레날린이 분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곤 주위의 부상자 중 허리를 다친 것으로 보이는 승객들을 도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옆으로 드러누운 열차에서 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엘리와 스카우트 대원들은 발로 열차의 유리창을 걷어차 깨고는 다친 승객들을 열차 밖으로 끌어냈다.
특히 엘리는 열차의 선두 쪽으로 달려가 다친 사람이 없는지 살폈고, 인근 구덩이에서 열차와 충돌한 트럭 운전사 빌 바튼 2세(54)가 크게 다쳐 피투성이가 돼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엘리와 소년들은 바튼에게 물을 주고 지혈을 하려 했으나 그의 상태가 워낙 위중했다. 엘리는 구급대가 올 때까지 그의 손을 꼭 잡고 돌봤으나 바튼은 구조대원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그 뒤에도 엘리는 다른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소방차와 열차를 분주히 오가며 구급물품 등을 전달했다.
들것에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는가 하면 다친 스카우트 지도교사에게 직접 응급처치를 하기도 했다.
구조대가 승객들을 구출할 수 있도록 열차 잔해를 치우는 일도 거들었다.
엘리의 아버지이자 자신도 보이스카우트 교사인 댄 스크랩잭은 "나도 응급처치 등을 가르치지만 내가 실제로 그 상황에선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다"라며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엘리 등 스카우트 학생들도 모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어쩔 수 없이 남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