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차보다 열·독성 강해
충돌사고를 당한 후 몇 주 동안 폐차장에 방치됐던 테슬라 자동차가 자동 발화, 소방국이 엄청난 물을 낭비하면서 화재를 진압한 사건이 전국적으로 화재가 되고 있다.
23일 전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북가주 새라멘토 카운티의 랜초 콜도바 지역의 폐차장에 3주간 방치됐던 흰색 테슬라 모델 S 승용차가 자동 발화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새크라멘토 메트로폴리탄 소방국은 소방관들이 폐차장에 도착했을 때 테슬라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불을 끄려고 물을 퍼부을 때마다 오히려 배터리가 재점화됐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린 소방당국은 소방관들이 테슬라를 옆으로 눕히고 배터리에 직접 물을 부어봤지만 잔열 때문에 불이 다시 타올랐다고 전했다.
결국 소방관들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물을 채워 테슬라 배터리를 통째로 침수시키는 방법으로 1시간 만에 겨우 불을 끌 수 있었다. 소방관들은 테슬라에 붙은 불을 끄는 데만 무려 4,500갤런의 물을 사용했는데, 이는 불붙은 건물 한 채를 진화하는데 쓰이는 정도의 엄청난 분량이다. 가주에서 가뭄으로 물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만큼 물이 낭비된 사실도 뉴스의 조명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화재는 개솔린차나 디젤차 등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진화가 어렵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뿌려 진압이 가능하지만, 배터리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에는 ‘열폭주’ 현상으로 진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전기차의 경우 불이 났을 때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같은 치명적 독성가스를 포함해 100가지가 넘는 유기화학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차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파커 윌번 새크라멘토 소방국 대변인에 따르면 테슬라는 화재 때 3,000도 이상의 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테슬라 배터리는 리튬이온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소 위험이 더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이 빠르지만 불이 날 경우 온도가 급상승한다. 새크라멘토 소방당국은 “전기차 화재는 진화가 까다롭다. 통상 완전 진화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면서 관련된 사고 위험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2017년~2021년 5년간 45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2020년 12월 캘리포니아 샌라몬에서는 한 밤중에 차고에서 두 대의 테슬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집이 전소됐다.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전기 시스템이나 배터리 둘 중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