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부 등 인구 3분의 1, 열사병·탈수증 우려
미 전역을 강타한 폭염이 이번 주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보건당국이 열사병 및 탈수증 등 폭염대비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이미 지난주부터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 거대한 열돔이 득세해 수천만명이 찜통더위에 신음할 것이라고 18일 CNN이 전했다.
기상 당국은 지난 13일 남동부 멕시코 연안과 오대호, 동부 캐롤라이나주 일대에 폭염주의보를 내리고 주민 1,750만명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가능한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또, 15일에는 미국 인구의 3분의 1 거주 지역이 더위를 피해 집에 머물라는 권고가 떨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도 미국 내 수십 개 주에서 2,500만명 이상이 폭염 주의보 아래 놓였다. 특히 네브래스카주 링컨에서 노스다코타주 파고시까지의 기온은 이번 주말 100도를 넘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열돔으로 인해 이 같은 더위가 이번 주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미국 북부 평원에 머무는 열돔은 동쪽으로 이동해 이번 주에 기록적인 폭염을 몰고 올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이 같이 비정상적인 더위를 몰고 오는 열돔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측된다.
특히 열돔은 빈도,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그 원인으로 의심한다. 화석연료 사용 증가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열돔도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온난화에 따른 제트기류 변화가 열돔과 관계있을 것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구체적 원인은 명쾌하게 입증되지 않지만 기록적 폭염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은 학계의 일반론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학 전문가 프리데리케 오토는 “기후변화는 폭염의 게임체인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온실가스를 대기로 쏟아붓는 인간 행위 때문에 유럽에서만 폭염 빈도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비키 톰프슨 브리스톨 대학 기후 과학자도 “과학자들은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로 인해 특정 폭염이 더 강렬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한편, 열돔에 의한 찜통더위가 예보되자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폭염 대비 행동요렴을 발표했다.
CDC 행동요령에 따르면 ▲기온이 가장 높아지는 시간에는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물을 자주 섭취해주며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나 주류는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창문이 닫힌 자동차 안에 노약자나 어린이를 홀로 남겨두지 말아야 하고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여 휴식을 취하고 시원한 물이나 음료를 천천히 마신다. ▲냉방이 되지 않는 실내의 경우, 햇볕이 실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 환기가 잘 되도록 선풍기를 켜고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둘 것을 강조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