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와인·위스키 가격오를 듯 “술 대신 다른 음료 마시길”
글로벌 물류대란이 연말을 앞두고 성수기를 맞은 주류 시장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유리병 부족에 와인과 위스키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유리병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내 와인·위스키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초 물량 확보 자체가 힘들고 간신히 제품을 들여와도 가격이 전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 증류주위원회의 데이비드 오즈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간 수백만병을 거래하는 대규모 증류소들도 유리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연말을 앞두고 알코올 시장 성수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주류 회사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류회사들은 유리병 확보를 위해 거래처를 변경하고 운송방식도 바꾸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켄터키주 프랭크포트의 ‘캐슬앤키’ 증류소는 최근 유리병 거래처를 영국 업체에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다른 업체로 변경했다.
캐슬앤키의 제시카 피터스 운영국장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유리병을 들여오는 해상운송비가 약 3배 가까이 올라서 내린 결정”이라며 “일시적으로는 배 대신 비행기로 유리병을 들여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와인과 위스키 회사들의 유리병 확보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 주류업체들은 사용하는 유리병의 약 60~70%를 중국에서 들여왔는데 중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지면서 해당 물량을 유럽과 남미로 다변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두 대륙에서 제품을 가져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이제는 미국 내에서 유리병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유리업체 BPS글라스의 모리코 페레즈 북미지역 디렉터는 “이제는 미국 내에 더이상 생산 공장이 없기 때문에 당장 국내에서 유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리병 수급난에 빠진 것은 미국 업체들 뿐만이 아니다. 남미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남미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 칠레의 다수 주류업체들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시기에 영향을 받아 유리병 공급처를 변경해야 했고 비슷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 페레즈 디렉터는 “지금 상황은 빨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1년 정도 상황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주류회사들의 유리병 공급난이 최종적으로 알코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캐슬앤키의 제시카 피터스 운영국장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제품 가격이 올라갈 시기는 곧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과 위스키를 식탁 위에 올리기 위해 시민들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류주위원회의 데이비드 오즈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감스럽지만 이 참에 술 대신 다른 음료를 더 즐기라는 말을 해줄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