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회 측, 도서관 관계자 수사당국 고발
교회 목사 “공공도서관에 외설 도서 끔찍”
와이오밍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지만 옐로스톤, 그랜드티턴 같은 유명 국립공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치적으로는 주지사, 연방 상ㆍ하원의원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당연히 지난해 대선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69.9%)이 조 바이든 대통령(26.6%)을 압도했다. 한마디로 ‘보수의 아성’이다.
이런 와이오밍 지역 캠벨카운티 공립 도서관에서 섹스, 성소수자(LGBTQ) 관련 도서를 두고 ‘금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책들을 도서관에 뒀다는 이유로 도서관 관계자들이 수사당국에 고소를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문제를 삼는 측은 와이오밍주 질레트의 열린문교회 수잔 시스티 목사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현지 셰리프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검찰은 1일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이 ‘외설적’이라고 주장한 책은 5권. 주노 도슨의 ‘이 책은 게이’, 안나 피스케의 ‘어떻게 아이를 만드는가’, 한나 위튼의 ‘그것을 하기’, 코리 실버버그의 ‘섹스는 즐거운 단어’, ‘데이트와 섹스: 21세기 10대 소년을 위한 가이드’다.
시스티 목사는 AP통신에 “도서관에 들어가 조금만 둘러봐도 공립 도서관에 있어서는 안 될 더러운 책을 찾는 게 정말 쉽다”며 “이 책들은 정말 끔찍하다”고 설명했다. 시스티 목사와 함께 일하는 휴 베넷은 “(이 책들은) 어린이들에게는 하드코어 포르노”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게이’에는 남녀 성기 삽화와 오럴·항문성교 묘사 등이 들어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하지만 도서관 측은 검토 결과 이 책들을 청소년실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도서관 책임자 테리 레슬리는 “(고소는) 예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이 책들을 검토하고 우리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는 기존 원칙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고 있고, 이성적인 힘이 발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LGBTQ 옹호 그룹인 ‘와이오밍 동등성’ 사라 벌링에임 집행국장도 자녀가 언제 그런 책을 접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부모들에게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이 책은 게이’를 쓴 도슨은 영국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활동가다. 10대를 위한 정신건강 책 ‘정신 차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를 쓰기도 했다. 이번 책은 2014년에 도슨이 쓴 LGBTQ 설명서다.
캠벨카운티 검사인 미첼 댐스키는 “개인적으로, 부모로서, 나는 그 자료가 아이들에게 부적절하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지만 변호사로서 나는 헌법을 지키겠다고 맹세했고 그 점이 이 문제를 세심하게 다루는 이유”라고 AP에 밝혔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트랜스젠더 마술사의 도서관 공연에 항의가 쏟아져 취소된 일도 있다. 벌링에임 국장은 “이 문제에 제동을 걸고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기차가 탈선해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