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흑인 총격살해 전 백인 부하 배려
도움 요청 전화 받고 "체포 말라" 지시
조지아주의 전직 검사장이 전직 백인 검찰 수사관 부자에 의한 비무장 흑인 청년 살해 사건의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정식 기소됐다.
2일 현지언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에 따르면 조지아주 글린 카운티 대배심은 이날 재키 존슨 전 검사장을 수사 방해죄와 검사 업무서약 위반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지난해 2월 23일 조지아주 글린 카운티에서 25세의 흑인 남성 아머드 아버리가 백인 부자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아버리는 조깅을 하던 중 백인인 그레고리 맥마이클(64)과 아들 트래비스(34)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들 부자는 일대에서 발생한 불법 침입 사건의 용의자로 여겨 아버리를 뒤쫓았고 저항하는 바람에 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아버지 그레고리는 24년간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하다 총격 사건 1년 전 은퇴했다.
그는 총격 직후 자신의 상관이었던 존슨 당시 검사장에게 전화해 "우리 가족이 총격사건에 연루됐는데 조언이 필요하다. 빨리 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존슨 전 검사장은 그레고리와의 관계를 숨긴 채 수사 경찰에게 그를 체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기소장은 "존슨 전 검사장은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그레고리 맥마이클에게 호의를 보였다"고 명시했다.
결국 맥마이클 부자가 타지역 검찰에게 살인죄로 정식 기소된 것은 사건 후 73일이 지난 후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백인 경찰관의 비무장 흑인 살해 사건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함께 미국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애틀랜타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계기도 됐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존슨 전 검사장은 결국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큰 표 차로 재선에 실패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기소는 크리스 카 조지아주 법무부 장관의 지난해 5월 사건 재조사 지시에 따른 것이다. 기소장은 "존슨 전 검사장이 아머드 아버리와 그의 가족을 공정하고 존엄하게 대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