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수요일쯤이면 200만 관객 곧 될 겁니다." 개봉 6일째 100만 관객 돌파라는 올해 한국 영화 최단 기록을 쓴 영화 '싱크홀'의 주연 차승원(51)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1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차승원은 재난과 코미디를 섞은 장르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 '싱크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128만명을 기록했다.
초대형 싱크홀로 빌라 한 채가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재난 영화에는 2000년대 초반 코미디 영화 흥행을 이끈 차승원표 코미디가 버무려져 있다.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2001)을 시작으로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3), '귀신이 산다'(2004) 등에 출연하며 길쭉한 팔다리와 선 굵은 외모에서 오는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허술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과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 등 브라운관에서도 유쾌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는 관객들이 좋아하는 차승원표 코미디에 대해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과 캐릭터에 대한 호감인 것 같다고 전했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에도 나름 만족한다고 했다. 한때는 코미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코미디는 사랑하는 장르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차승원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웃 만수를 연기했다. 만수는 체육관 직원, 사진관 주인, 대리운전 기사를 오가며 만수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 속을 긁는 '밉상' 캐릭터다. 가족이라고는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몇 마디 나누지 않는 서먹한 사이다.
만수는 동네 아저씨 같은 소탈함과 조금은 얄밉고, 때로는 짠한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차승원은 만수를 '흔히 볼 수 있는 아저씨'라고 소개했다. 까칠하지만 그렇다고 인품까지 나쁜 사람은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것이다.
"못된 짓을 해도 사람이 못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싸울 때도 저게 그 사람의 진심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둬요. '까칠하다', '모났다' 이런 사람이라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는 거죠."
이런 만수는 싱크홀에 빠져 흙더미에서 허우적거리고 물속을 거꾸로 헤엄치며 온갖 고생을 한다. 차승원은 빌라 옥상에 있다가 땅이 꺼지는 순간을 연기하며 흔들리는 지면 때문에 어지러웠다고 했다고 했다. 게다가 수중 촬영 때는 귀에 통증이 계속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후반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보정된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차승원은 싱크홀에 함께 갇힌 인물들과 잘 어우러진다. 동원(김성균)과는 투덕거리는 궁합을, 아들 승태(남다름)와는 서먹하지만 분명 서로를 사랑하는 부자 관계를 그린다. 동원의 회사 직원 승현(이광수), 은주(김혜준)와의 호흡도 자연스럽다.
20여 년 전인 30대 때와 50대가 된 지금의 연기는 다르다는 차승원은 "예전에는 아무래도 미숙했다. 지금도 완숙하지는 않지만, 내 캐릭터에 무언가를 녹여내는 부분이 그때와는 아주 다르다"며 "예전에는 내 것만 보는 경향이 컸다면, 지금은 여러 가지로 두루두루 시선을 두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스물'(2014), 이시영·오정세 주연의 '남자사용설명서'(2012) 등 새로운 시각의 코미디 작품을 눈여겨봤다며, 이런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 일상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차기작 활동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