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앤드루 쿠오모(63) 미국 뉴욕주지사가 사퇴를 발표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10일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뉴욕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업무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시점은 14일 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는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보좌관 11명을 성추행 또는 희롱했다는 뉴욕주 검찰의 발표 후 1주일 만에 이뤄졌다.
지난 3일 공개된 검찰 보고서에는 쿠오모 주지사가 피해 여성들에게 원하지 않는 키스를 강요하고, 가슴 또는 엉덩이를 만진 것은 물론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협박을 일삼았다는 진술이 자세히 적혔다.
그러나 쿠오모 주지사는 성추행이 없었고, 뉴욕주 검찰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주지사직을 유지하면서 자신에 대한 "정략적인 공격"에 맞서 싸울 경우 주정부가 마비될 수 있다며 "(주정부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내가 물러나서 주정부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혐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뉴욕주 행정 마비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야인'으로 돌아가 반격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쿠오모 주지사는 성추행 의혹 중 일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란 자신과 피해 여성들과의 "세대적 또는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오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세 딸을 언급하면서 "내가 고의로 여성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여성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한 적이 결코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딸들이 진심으로 알아주길 바란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실수를 했고 이제 사과를 했다. 이번 일로부터 많이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추행 피해를 공개한 직원들에 대해서도 "너무 가깝게 생각했다. 불쾌한 마음이 들게 했다"며 사과했다.
3선 주지사인 쿠오모의 사임은 첫 성추행 폭로가 나온 지 5개월 만이다.
'부적절한 행동은 없었다'고 항변하던 쿠오모 주지사는 주 검찰총장 보고서 공개로 뉴욕주 의회의 탄핵 절차에 속도가 붙고, 다수 지방검찰청의 조사 착수로 기소 가능성까지 커지자 사임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