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의 세상읽기] 억만 장자들의 우주 나들이

July 30 , 2021 10:10 AM

“모든 아마존 직원들, 그리고 모든 아마존 고객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모든 비용을 당신들이 댔기 때문이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지난 20일 우주비행을 마친 후 기자회견 중 한 말이다. 이날 베조스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고도 100km, 우주의 경계까지 올라갔다가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비행시간 불과 11분, 캡슐 안에서의 무중력 체험 불과 3~4분이지만 세계가 주목한 일대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이로써 베조스는 자기 소유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체험을 하고 돌아온 두 번째 억만장자가 되었다.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인물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브랜슨은 그보다 9일 전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을 타고 고도 86km까지 올라가 4분간 우주 경계의 무중력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베조스는 3명, 브랜슨은 5명의 탑승자들과 함께 했다.

 

민간 우주산업의 리더로 불리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오는 9월 일반인 4명을 태우고 540㎞ 상공에서 3일간 지구를 도는 비행을 할 예정이다. 이로써 인류는 민간 우주관광의 시대를 맞았다. 극소수 부자들에 한한 일이기는 하다.

 

짧은 비행 후 격한 흥분 속에 베조스는 “지구의 유익을 위한 우주 식민지 개발” 결의를 더욱 굳건히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감사인사는 블루 오리진 팀에 하는 정도로 마쳤어야 했다. ‘아마존 직원들’에게 감사한 것이 그러잖아도 비판적이던 일부 여론을 들쑤셨다.

 

아마존은 업무 생산성에만 치중, 충분한 휴식시간 없이 직원들을 몰아붙여 업무 중 부상률이 높고, 유급병가가 없으며, 노조 결성을 집요하게 막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라고 자랑하지만 그래봤자 풀타임 1년 보수는 3만 달러 좀 넘는 수준. 2021년 연방 가구당(2인 이상) 중간소득(7만9,900 달러)의 절반이 못된다.

 

“당신들이 모든 비용을 댔다는 말은 정말 맞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우주비행에 돈을 펑펑 쓸 만큼 어마어마한 베조스의 부를 일군 건 사실상 아마존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의 성공으로 베조스는 순 자산 2,060억 달러의 세계 최고 갑부가 되었다.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직원들과 비교되며 바로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된다.

 

이어진 비판은 그의 세금회피 문제. 포브스에 의하면 베조스의 재산은 2006년~2018년 사이 1,270억 달러가 불어났다. 그에 대해 그가 낸 세금은 14억 달러. 세율 1.1%이다. 특히 2007년~2011년 그는 소득세를 한 푼도 안냈다고 비영리 탐사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보도했다. 수퍼부자 부유세를 주장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자신이 세금 한푼 안 내는 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내서 이 나라를 돌아가게 만든 모든 근면한 미국인들에게 감사하는 걸 베조스는 잊었다”며 부유세 안을 다시 내놓았다.

 

불평등 문제 전문가로 UC 버클리 공공정책 교수인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도 합류했다. “베조스의 우주 나들이 비용은 1분에 254만 달러,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매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논의만 하고 있다”고 트윗을 했다.

 

머스크, 베조스, 브랜슨 등 억만장자들이 우주에 눈길을 돌린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우주관광을 시작으로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며, 지구환경이 한계에 도달할 때에 대비해 타 행성과 우주 공간에 식민지들을 만들겠다는 포부이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2026년까지 유인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고, 2050년까지 그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찬 꿈이자 담대한 도전이다. 자기 한 몸 간수하다 가는 게 대부분의 인생인데, 이들은 나름의 제국을 이루고 우주로까지 뻗어나가니 받은 축복이 특별하다. 그렇게 원 없이 누렸다면 동 시대의 이웃, 인류를 돌아볼 마음이 생겨야 하는 게 아닐까. 월등하게 많이 가진 자로서 못 가진 자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머나먼 우주로 나가겠다는 이들이 당장 이곳의 현실에는 왜 눈을 감느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록적 폭염과 가뭄, 그에 따른 산불, 홍수, 수그러들지 않는 팬데믹으로 인명피해가 기록적인 이때에, 단 몇 분의 우주체험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어야 했느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UN은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8억1,100만명이 기아에 시달렸다고 발표했다. UN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빗 비즐리 사무총장은 최근 머스크와 브랜슨, 베조스에게 트윗을 했다. 기아해결에 힘을 합치자는 제안이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아사자는 4,100만명으로 추정되며 60억 달러가 있으면 이들을 살릴 수 있다. 억만장자들이 마음만 모으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누군가는 멀리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억만장자들의 튀고 싶은 허영이든, 우주산업을 선점하려는 야심이든, 그렇게 우주개척의 시대는 열릴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할 것이다. 하지만 이 땅의 어려움에도 그들이 좀 더 마음을 쓰는 균형 감각이 있기를 바란다.

 

<권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