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동차 시장은 미쳤다.”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신차와 중고차에 대한 구매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신차 구입을 위해 딜러십에 선 구매 계약을 하는가 하면 계약 보증금까지 지급하는 등 입도선매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신차 수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사전 계약에 보증금 지급까지 비정상적인 구매 행위가 급증하는 등 판매 기현상이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기아자동차 딜러십을 운영하고 있는 릭 리카드 대표는 “3주에 걸쳐 입고될 기아 텔루라이드 차량 40대가 이미 판매된 상태”라며 “고객들이 사전 계약을 마쳤고 일부는 보증금까지 냈다”고 말했다.
시카고에 위치한 셰볼레 딜러십도 평소 600대에서 700대의 판매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 재고는 50대에 불과하다. 1주에 한두번 5~10대 정도 신차가 입고되지만 딜러십에 들어오는 순간 판매되고 있다.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판매 대기 리스트를 작성해서 운영할 정도다.
자동차 매물 부족 현상의 이면에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급증한 신차 수요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신차 공급이 달리자 구매 수요는 중고차로 몰리는 소위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신차는 물론 중고차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으면서 차량 가격의 오름세로 이어지고 있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중고차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45%나 인상됐고 신차 역시 전년에 비해 5% 상승했다.
신차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차량 구매자들은 원하는 사양이나 모델이 아니더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웃돈을 더 주고라도 매입 경쟁에 나서야 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대란이 발생하면서 반사 이익을 보는 것은 자동차 판매 딜러십들이다. 판매 대수는 줄어도 판매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차와 자동차 판매 가격은 딜러십들이 정하는 시장의 관행 덕분이다.
자동차 대란의 불통은 미국 정치권으로 튀었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 상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물가 급등 영향이라는 비판이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