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역점과제 반영한 5명 포함
애틀랜타 총격참사 피해 한인 유족도
참관 200명 제한… 장관‘지정생존자’없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8일 취임 후 첫 연방의회 합동회의 연설을 한 가운데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대통령의 주요 의제를 반영한 손님 5명을 연설에 초대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질 여사는 이민, 유아교육, 인프라 투자, 총기 규제, 성소수자와 관련된 5명을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온라인 초대 손님으로 불렀다.
통상 대통령의 연방의회 연설에는 상·하원 의원 모두와 연방 대법관들이 초대되며 참석자들은 손님도 부를 수 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참석 규모가 대폭 축소돼 200명으로 제한됐다. 이는 영부인을 포함해 누구도 연설을 직접 보도록 손님을 데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신 질 여사와 많은 의원은 가상으로 손님을 선정하는 상징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초대된 이들은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 참석했고 근처 호텔에서 무료 숙박이 제공됐다. 영부인이 초대한 손님은 함께 객석에 앉고 대통령이 종종 연설에서 그들 중 몇 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질 여사의 초대 손님 중 멕시코 출신 이민자인 하비어 퀴로스 카스트로는 3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간호사인 그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DACA·다카) 프로그램 수혜자다.
다른 2명은 인프라와 가족·교육·보육에 투자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을 반영한 인물로, 버지니아주에서 아동개발센터를 운영하는 마리아 이사벨 발리비안과 위스콘신주에서 부족 공동체를 위한 광대역망 확보에 노력해온 테론 루티나가 초청됐다.
또 2017년 가정 폭력 사건으로 이모가 숨진 위스콘신 출신의 총기폭력 예방 옹호자 타티아나 워싱턴, 성소수자(LGBTQ) 보호 확대를 위해 마련된 평등법에 대한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 나와 상원에서 공개 증언한 첫 트랜스젠더 청소년 스텔라 키팅도 포함됐다.
WP는 “질 여사가 초대한 손님들은 이민부터 총기 규제에 이르기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문제를 대표한다”고 전했다. 더힐도 “각각의 손님은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내놓을 의제의 일부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사건 한인 희생자의 유족도 이날 온라인 게스트로 초대됐다.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은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 고 유영애(63)씨의 아들인 로버트 피터슨(38)씨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에 온라인 손님으로 참가한다고 보도했다.
피터슨씨는 주디 추 연방하원의원의 손님 자격으로 의회 연설에 초대받았다. 사회학 교수인 피터슨씨는 한국인 유씨와 주한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피터슨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는 인종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고했다”며 “우리 형제는 흑인이자 아시안이라고 배우며 자랐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방관자로 남지 말고 인종차별을 막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의회연설에는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가 없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찾아 연설을 할 때면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중대 재난사태에 대비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지정 생존자 1명을 정해 다른 곳에 있게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