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자 소수당으로 전락한 공화당에서 거물 연방상원의원들의 은퇴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2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야 하는 처지에서 경험 있는 거물의 은퇴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고, 특히 이들이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도해왔다는 초당파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협상 과정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10일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주리주의 로이 블런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블런트 의원의 선언에 앞서 리처드 셸비, 롭 포트먼, 패트릭 투미, 리처드 버 의원이 내년 말 은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더힐은 “블런트의 은퇴 선언은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물론 최대 입법 성취의 중심이었던 정책 일벌레인 초당파 의원들에 대한 가장 최근의 타격”이라며 “공화당이 거물 협상가들의 은퇴 준비로 두뇌 유출에 직면했다”며 고 평가했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많은 경험과 지식이 떠나고 있다”며 이를 “많은 제도적인 기억의 상실”이라고 표현했다. 같은 당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입법기관에 대한 손실”이라고 했다. 연방 의회는 6년 임기의 상원은 3분의 1이, 하원은 전체가 2년마다 선거를 한다.
특히 은퇴를 선언한 이들은 최고위직을 유지하며 협상을 주도한 인사들이다. 블런트 의원과 셸비 의원은 협상에 능통한 것으로 유명하고, 포트먼 의원과 투미 의원은 정책에 능통하다.
정보위원장을 지낸 버 의원은 업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고 더힐은 전했다.
이들뿐 아니라 공화당 상원의원의 은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왔다.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라마 알렉산더 전 상원의원과 농업위원장이었던 팻 로버츠 전 상원의원은 작년 말 은퇴했다. 조니 아이작슨 상원의원은 2019년 건강 문제로 의회를 떠났다.
2018년에는 당시 상원 재무위원장이던 오린 해치 전 의원의 은퇴를 시작으로 당시 외교 외교위원장이던 밥 코커, 제프 플레이크 전 의원이 물러났다. 공화당 거물 중 거물이던 존 매케인은 2018년 사망했다.
추가적인 은퇴 선언 가능성도 여전하다. 상원 법사위 공화당 간사인 척 그래슬리 의원은 가을까지는 재출마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 운동을 하겠다고 위협한 머코스키 의원 또한 재출마 여부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 상원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은퇴를 선언한 의원들은) 몇 년간 같이 일했던 이들로, 초당적 협력 시절을 상기시킨다”며 “그들의 부재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인력 유출은 내년 선거에서 다수당을 다시 꿰차겠다는 공화당의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거물이 빠진 자리를 사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원 지형은 민주 성향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반분하고 있다. 표결 동률시 캐스팅 보트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행사하기에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한 셈이다. 공화당은 한 석만 더 가져오면 다수당을 탈환한다.
공화당은 특히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펜실베니아와 위스콘신주 상원을 방어해야 한다. 펜실베니아주의 투미 의원은 은퇴를 선언했고, 위스콘신의 론 존슨 상원의원은 최근 은퇴를 시사했다.
또 현직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나간 자리에 트럼프 충성파가 채워져 이들이 당선되면 공화당은 ‘트럼프당’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모 브룩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셸비 상원의원 자리에 출마할 뜻을 내비쳤다.
협상 거물들의 잇단 은퇴로 우려가 작지 않지만 머코스키, 수전 콜린스, 마코 루비오 등 이들을 대체할 인물로 거론되는 이들 역시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코닌 의원은 “일부는 경험이 많다”며 “그들은 일하는 데 있어 단기적인 것뿐 아니라 장기적인 결과에 대한 더 광범위한 이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