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했는데…”
아메리칸드림을 위해 23년 전 미국에 와 여느 이민자들처럼 힘들게 시작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인수할 기회를 잡아 종합 식료품점으로 꾸린 뒤 17년 간을 죽도록 열심히 일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 그동안 수차례 무장강도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버텨왔지만, 그러나 그의 꿈은 무자비한 권총강도의 차가운 총탄에 결국 스러지고 말았다.
흑인 강도에 피살된 50대 한인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이 한인 이민사회를 울리고 있다.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 카운티 포트 워싱턴 지역에서 ‘푸드 존’이라는 편의점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한인 장우영(56·영어명 존 장)씨의 스토리다.
사건은 지난 18일 벌건 대낮인 오후 1시께 발생했다. 권총을 든 4명의 흑인 강도단이 장씨의 업소에 들이닥쳐 업주 장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그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장씨가 업소에서 무장강도를 맞닥뜨린 것은 이번이 4번째라고 한다. 지난 2005년에는 한 달새 두 차례나 권총 강도를 당했고, 지난 2009년 11월에는 또 다시 들이닥친 2인조 무장강도에 본인과 직원의 생명이 위협에 처하자 강도의 총을 빼았아 총격으로 맞서 강도 용의자를 사살, 정당방위로 인정받고 직원을 구한 영웅으로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숨진 장씨는 한국에서 육군장교 출신으로, 군에서 총기를 다뤄본 경험이 당시 목숨을 구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주류언론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차별적인 강도의 총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경찰은 흑인 용의자 4명을 체포했지만 장씨의 목숨을 되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결혼한 장씨 부부는 1998년 이민 와 지금까지 쭉 메릴랜드주에서 거주했다. 슬하에 10대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있다. 사건이 난 식료품점은 17년 전부터 부부가 운영해오던 곳으로 숨진 장씨가 대개 일을 도맡아 해왔다고 한다.
가족들은 장씨가 갑작스럽게 숨진 이후 장례식 비용 등을 비롯해 향후 생활비까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아내 장씨는 남편이 떠난 슬픔 속에서 홀로 10대인 세 아이들을 건사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았다.
이에 자녀들이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www.gofundme.com/f/tragic-death-of-john-jang)에 글을 올려 “아버지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10~14시간씩 일하셨다”며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시던 아버지의 비극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27일 오후 5시 현지 이 사이트에는 총 451명의 후원자가 총 2만6,795달러를 기부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쇄도하고 있지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현지 한인사회에서는 장씨의 비극적 사건에 충격에 빠진 가운데 지역 주민 및 한인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