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부가 전 세계 재외공관들에서 빈발해 문제가 돼 온 외교관 및 공관 직원들의 성추행과 희롱 등 성비위 관련 처벌과 예방 지침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앞으로 재외공관에서 발생하는 성비위는 공관 자체 판단이 아닌 외교부 본부 지휘에 따라 처리해야 하고, 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각 분리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외교부 훈령)을 개정,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지침 개정은 외교부가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등 잦은 재외공관 성비위에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뤄졌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재외공관은 성비위 사건을 접수하는 즉시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고 본부 지휘에 따라 사건에 대응해야 한다. 재외공관은 피해자 의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재택근무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하며, 가해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사건에 관여하지 못한다.
이는 초동 대응 단계부터 재외공관의 자체 판단에 따라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는 상황을 원천봉쇄하고, 본부 지휘 아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가해자에게는 징계와 별도로 공직 경력관리의 기본이 되는 인사등급에서 당해연도 최하위등급을 부여한다. 기존에는 성과등급에서만 최하위등급을 줬다.
또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를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한다. 외교부 전 직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횟수와 시간을 기존 연 1회, 1시간 이상에서 연 4회, 4시간 이상으로 늘린다.
외교부는 또 재외공관의 업무 효율성과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213억원을 들여 재외공관 회계·행정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전자결재와 보고서 자동생성 등 디지털화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이버회계감사 등을 통해 회계처리를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종이문서 최소화와 업무처리 시간 단축 등을 통해 5년간 562억원을 절감하고, 실무인력 약 150명을 재외국민 보호업무 등에 재배치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내년부터 한국인 행정직원이 30인 이상인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을 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외교부는 올해 재외공관 한국인 행정직원 중 50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현재 1명뿐이며, 의무 고용 비율을 채우지 못해 2016년부터 부담금을 내고 있다.
<금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