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했던 3자 주주 연합의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며 올해 최대의 딜로 거론됐던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세계 7위권의 메가급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통합되면 아시아 지역의 2위권 항공사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아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이어 대한항공에 대한 유상증자도 신속하게 진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은 ‘현대·기아차’ 형식으로 두 법인이 독립된 운영을 지속하겠지만 추후 하나의 항공사로 통합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등이 남아 있는 만큼 완전한 통합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1일 입장문을 통해 “KCGI도 그간 주장해온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항공 산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항공업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한다”며 “한진칼의 주요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건설적인 제안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2일 산은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으로 자금을 마련한 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날인 3일 산은은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한 3,000억 원 규모의 교환 사채(EB)를 인수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부터 신주 상장까지 대략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한진칼은 긴급함이 요구되는 특수성 때문에 오는 22일 신주 상장이 이뤄진다. 이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자금을 유입해 실탄을 마련한 뒤 인수가 본격화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내를 비롯해 각 국가별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해 ‘원톱’ 체제를 갖추게 된다. 양사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 당국에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곳 중 한 국가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되면 세계 7위권 항공사로 도약한다. 양사 통합 시 지난해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 승객 수×운항 거리)는 1,247억 4,700만 ㎞(대한항공 18위, 아시아나항공 32위), 국제 여객 수송은 3,345만 7,000명(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36위)으로 세계 10위인 아메리칸에어라인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통합 LCC 역시 아시아 최대 규모인 에어아시아에 이은 2위로 급부상한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등 3개 회사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총 60대로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44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LCC 업계는 한진그룹의 통합 LCC가 1위로 올라서면서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3개 업체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비용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인수 후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먼저 중복 노선과 인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중복 노선은 양사 전체의 42% 수준이다.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은 절반이 겹친다.
두 항공사가 경쟁적으로 운영하던 노선이 합쳐지면 비행 스케줄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항공 기재를 동시에 운영하면 비용도 절감된다. 업계에서는 항공 정비(MRO) 사업부의 통합이 선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MRO를 대부분 해외에서 진행해왔다. 대한항공의 MRO 사업부가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할 경우 비용 절감이 대폭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휴 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기간산업 안정 기금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내년 4월까지는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후 중복 사업부나 노선의 조정이 이뤄지며 인력 역시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시진·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