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동국(41·전북)이 화려한 발자취를 남기고 23년에 걸쳐 누빈 프로축구 K리그 무대를 떠났다. 이동국은 1일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최종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현역 선수 최고령인 이동국의 기록은 곧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다. 이날까지 이동국이 소화한 K리그 경기는 총 548경기로 이는 골키퍼였던 김병지 해설위원에 이어 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필드 플레이어로 범위를 좁히면 2위인 김기동(501경기) 포항 감독에 50경기 가까이 앞서는 1위다. 골도 꾸준히 터뜨린 이동국은 통산 득점에서 228골로 1위에 자리해 있다. 2위 데얀(198골)에 30골 앞서있다.
통산 출전 경기와 득점 기록은 10년 넘게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했기에 세울 수 있었던 금자탑이다. 앞으로 깨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동국은 2017시즌에는 K리그 최초로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하고 지난해에는 역시 처음으로 개인 통산 공격포인트 300개(223골 77도움)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숫자’ 이상이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 입단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화려하게 열어젖혔다.
거듭된 ‘월드컵 불운’과 해외 진출 실패로 상처받았던 그는 최강희 감독(현 상하이 선화)의 ‘무한 신뢰’ 속에서 금세 아픔을 씻어내고 최고의 골잡이로 돌아왔다.
입단 첫해 22골을 몰아치며 구단 창단 첫 리그 우승을 끌어낸 이동국은 전북에서만 361경기를 뛰고 164골 48도움을 올렸다. 이동국은 올 시즌까지 전북의 리그 역대 최다 8차례 우승을 모두 함께했다.
몰락하는 줄 알았던 영웅의 부활은 팬들의 공감과 응원을 끌어냈고, 이는 K리그 흥행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래서 이동국은 ‘전북의 전설’일 뿐 아니라 ‘K리그의 전설’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끝까지) 내 정신이 몸을 지배했다”는 말로 자신의 은퇴 경기를 평가했다. 이동국은 이날 최종전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전북 현대의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마지막 골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자신에게 마지막 주어진 90분을 후회 없이 뛰었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동국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더는 이런 수준의 경기가 나에게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이동국이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국은 “은퇴식 하는 내내 다리에서 경련이 올라왔고 추워서 몸이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모든 분이 지켜보고 있어서 내색 안 했다. (끝까지) 내 정신이 몸을 지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