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53대39로 바이든 우세…"트럼프 행동 절제했지만 승자는 아냐"
"'끼어들기 방지' 음소거 버튼이 승자" 촌평도…NBC 진행자 호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마지막 대선 TV 토론에서 격돌했지만, 혼돈의 1차 토론과 비교해서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언론들은 22일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TV 토론에 대해 대체로 이같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차 토론이 자신의 말 끊기와 막말로 얼룩졌다는 혹평을 상당히 의식한 듯 이전보다는 절제된 자세를 취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 끼어들기가 사라지자 바이든 후보도 1차 토론과 비교해 한결 감정을 누그러뜨린 모습으로 토론에 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마지막 토론에서 (1차 토론 때보다는) 훨씬 더 정중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첫 대선 토론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절제된 어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문제를 놓고 충돌했지만, 첫 번째 토론과 비교하면 분명히 더 질서정연한 논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재앙에 가까웠던 1차 토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선토론위원회(CPD)가 음소거 버튼 제도를 도입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니스트들의 실시간 평가 코너를 통해 2차 토론의 승자는 음소거 버튼이라고 보도했다.
제임스 다우니 칼럼니스트는 "오늘 밤의 최대 승자는 음소거 버튼이다. 앞으로 다른 토론에서도 도입이 되지 않는다면 놀랍게 될 것"이라고 촌평했고, 크리스 레인 칼럼니스트도 "음소거 버튼이 (토론 과열을) 억제하는데 주요한 효과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음소거 버튼 때문이었는지, 1차 토론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두 사람은 끼어들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두 후보는 상대 답변에 못마땅한 듯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지만, 음소거 상태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회를 맡은 NBC방송 백악관 출입 기자이자 앵커인 크린스틴 웰커가 날카롭고 매끄럽게 토론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AP통신은 "웰커가 실질적인 대선 후보 토론을 미국민들에게 선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진단했고, WP는 "올해의 사회자"라고 칭찬했다.
CNN방송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가 이날 토론이 끝난 뒤 시청자 58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더 잘했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53%, 트럼프 대통령은 39%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열린 첫 토론 직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60%를 얻어 28%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질렀던 데에 비해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4년 전 마지막 TV토론 직후 CNN의 설문조사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52% 대 39%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플라이셔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맞는 말을 했다. 이는 바이든 후보가 '같이 죽어가고 있다'고 맞받아친 메시지를 이겼다"고 평했다.
반면 잡지 내셔널 리뷰의 에디터인 리치 라우리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세금 납세 문제와 관련해 기민한 전략을 펼쳤고, 이는 먹혀들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토론에서 대선 판도를 뒤흔들 한방이 없어 표심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매슈 다우드는 A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토론에서 고삐풀린 망아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겼다는 건 아니다"라며 "(토론으로) 바뀐 게 없다"라고 평가했다.
WP의 루스 마커스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태도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바이든 후보를 흔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데이비드 베일러 칼럼니스트는 "대선 판세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현명한 진단"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정치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평가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자살골'을 넣지 않았지만 바이든 후보 역시 그랬다"라며 "토론이 아마 이번 대선에서 (판도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총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