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자녀들의 집콕이 늘어나면서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대화의 시간은 늘어났지만 되레 대화는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초등학생 자녀와의 대화도 쉽지 않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생이라도 거기에 맞는 감정과 정서가 있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연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라고 무심히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심각한 대화 단절이 올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누구와도 마찬가지지만 초등생 자녀와의 대화는‘기술’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다면 자녀와 깊은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을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리해봤다.
아이들 정서와 감정파악해 눈높이 맞춰야
관심있어 하는 소재…일관된 태도 갖아야
■ 어떤 언어로 이야기 할 것인가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 이민가정만의 특수한 문제는 바로 언어이다.
보통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대화를 나누는 데 자녀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가 훨씬 쉬워진다. 이런 점에서 어느 순간부터 어떤 언어를 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아이들은 영어가 주어로 확실히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앞서 가정에서 어떤 말을 사용할 것인지 부부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왕이면 관심있는 소재로 대화
초등학생과는 대화의 수준도 중요하다. 우선 ‘토픽’에 제한을 둘 필요는 없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주제라도 ‘그것 알아서 뭐하게’ ‘왜 쓸데 없는 데 관심을 두니’라는 말은 아이와의 대화 단절을 가속화는 하는 요인이다.
아이가 스스럼 없이 대화 할 수 있는 상대가 부모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야기다. 부모입장에서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면 자녀가 관심 있는 대화 소재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함께 봤던 영화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좋다.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니?” “어느 캐릭터가 가장 용감했지?” 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요즘 10대 사이에서 가장 뜨는 연예인은 누구고 왜 그를 좋아하는지도 묻는다면 꼬리를 물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 잘 들어주는 게 기술이다
자녀와 대화에서는 잘 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말하는 부모, 듣는 자녀가 아니라, ‘듣는’ 부모와 ‘말하는’ 자녀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다말하고 자녀가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주지 않는다”며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의 말을 귀담아 들으라”고 조언한다. 듣는 척만 하는 것인지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는지 자녀의 안테나는 예민해서 이 둘의 차이를 금방 안다.
지루하거나 다 아는 이야기라고 성급하게 말을 끊는 것은 금물. 자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정말?” “나도 그래” 같이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좋다. 자녀는 자신의 말을 부모가 잘 들어주고 있다고 느껴 더욱 깊은 얘기를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말하는 것을 끝까지 듣고 나서 잘못된 것,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순서다. 초등생 자녀의 경우 이야기의 앞뒤가 맞지 않거나 감정이 마구 뒤섞이는 경우가 있는데 다 듣고 난 후 일의 순서를 정리해주는 식이다.
■ 질책과 조언 일변도는 금물
아이들과 대화를 한다면서 “왜 책을 읽지 않니?” “숙제는 항상 늦게 시작하니?” “다른 아이는 혼자서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지?”라는 식으로 아이를 몰아붙인다면,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부모가 말을 걸어오는 게 싫어질 것이다.
대화의 장을 공고히 하고 싶다면, 우선 자녀의 못마땅한 점들을 뒤로 제쳐 놓고 아이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용돈으로 게임기를 사고 싶다”고 말한다고 “집에 있는데 왜 또 사려고 해” “차라리 책을 사는 게 어때”와 같이 말한다면 대화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보다는 “그 게임기가 요즘 틴에이저 사이에서 유행이니?” “게임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니?”와 같이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 일관된 감정 유지 중요
자녀에게 일관된 감정을 보여주도록 해야 하며,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부모들은 나름대로 인내를 가지고 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역정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옳은 자세가 아니다. 대화를 나눌 때는 푸근하고 부드러운 자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대화의 장소 구애 받지 말라
대화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나랑 잠깐 이야기 할까’라는 딱딱한 분위기보다 가령 함께 걸으면서, 혹은 등교길 차안에서, 빵을 만들때나 목욕할 때에 나누는 대화가 더 좋을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속내에 있는 깊은 마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