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졸업서류 위조, SAT 정답 알려주기
거액 기부금 요구도 입시브로커 4명 검거
미국 명문대 입시 브로커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다니지도 않은 고교 졸업장을 위조하거나 조작한 성적증명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한국 학생들이 아이비리그 대학 등에 다수 입학한 입시비리 사건이 적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서 적발된 입시비리 사건은 지난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주요 명문대 입시 부정 스캔들처럼 일부 미 대학 관계자들까지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미 사법당국의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서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서류 위조 등의 수법으로 미국 명문대에 한국 학생들을 입학시키거나 시도해 온 입시브로커 정모씨 등 4명을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공개된 수사결과에 따르면 정씨 등 입시 브로커들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성적 및 졸업증명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한국 학생 3명을 아이비리그 사립대의 하나인 컬럼비아대, 그리고 뉴욕대에 입학시켰다.
이같은 수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1명은 특히 조기유학으로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했는데도 마치 한국에서 과학고를 졸업한 것으로 서류를 위조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앞서 유출된 SAT 문제를 학생에게 주며 답을 외우게 하고 입학원서 에세이를 대필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씨 등은 이같이 서류 위조 등으로 자녀들을 미국 대학에 입학시키려는 한국 부유층 학부모들에게 학교에 기부금을 내야 한다며 최대 9억원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이들이 정씨등에게 이 기부금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평소 정씨는 부유층이나 고위 공직자 부모들에게 명문대학별로 기부금 액수를 제시했으며, 미 대학 입학 사정관에게 돈을 주면 학생을 입학시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정씨와 미 대학 입학사정관 사이에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도 초점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에서 터진 미 명문대 입시비리 사건에 대해 한인 입시 관계자들은 비리 수위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도 터질 것 터진 것이라며 한인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을 지 우려하기도 했다.
예원 칼리지프렙의 새라 박 원장은 “다니지도 않은 고교 졸업장을 허위로 제출해 명문대에 입학했다니 놀랍다”며 “과거에도 유출된 SAT 시험지로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 하는 극소수 학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유출된 시험지로 SAT 고득점을 받는 수법이 대학 입학사정관들에도 알려져 해당 학원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미 대학 입학 사정관들의 전화를 간혹 받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