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 대법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 이틀째인 13일 공화당은 적극적인 엄호를 한 반면 민주당은 ‘송곳 검증’에 나섰다.
이날 배럿 지명자는 논쟁적 법률 현안에 관한 질문에 구체적 답변 대신 원론적 입장을 내놓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념 성향과 사법 철학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며 정체성을 부각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배럿을 거들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법사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인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재앙”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더 나은 것을 원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배럿에게 만약 임명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심리 중인 오바마케어 소송을 스스로 기피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배럿 지명자는 “기피 자체는 법적인 문제”라며 법령과 선례가 있다면서 “추상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라고 확답을 피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선거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피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규칙을 따를 것이라며 원론적으로 답했다.
공화당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특정 사건에 관해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를 물은 사람이 있느냐고 질문했고 배럿은 “아무도 나와 사건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슬리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바마케어 폐지를 약속했느냐”고 묻자 배럿 지명자는 “절대 아니다. 한 번도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배럿 지명자는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를 약속하는 것은 사법 독립에 대한 “엄청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은 여성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등 낙태 관련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물었지만 배럿 지명자는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수 없다. 사전에 약속할 수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
파인스타인 의원이 “좋은 대답을 듣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럽다”고 지적했지만, 배럿은 입장을 고수했다.
또 파인스타인 의원은 배럿 지명자가 대표적 보수주의자인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의 법률연구원(로클럭)을 지낸 것을 거론하며 2015년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렸을 때 스캘리아는 반대했다면서 그의 의견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배럿은 동의 여부를 밝히는 대신 “나는 성적 선호에 근거해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배럿 지명자는 총기 소지 문제와 관련, 총기를 집에 갖고 있느냐는 그레이엄 위원장의 질문에 “그렇다”고 했으며 그레이엄이 “총을 갖고 있어도 사건을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스캘리아 대법관과 같은 사법 철학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는 “내가 인준되면 스캘리아 대법관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배럿 대법관을 갖게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번 청문회는 14일까지 질의 응답에 이어 15일 증인들의 증언 청취 등 나흘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