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들이 많은 중남미에서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컸다고 AP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예배를 비롯한 신자들과의 접촉을 이어가다 성직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AP에 따르면 볼리비아에선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복음주의 개신교 목사 100명가량이 사망했다. 신도의 감염도 심각해 수도 라파스의 한 교회는 신자 100명 중 30%가 감염됐다고 전했다.
니카라과에서도 3월 이후 44명의 목사가 사망했다. 니카라과가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지 않은 탓에 확진 받지 못한 사망자들도 포함한 수치다.
정부가 엄격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은 니카라과의 경우 가톨릭은 자체적으로 대면 미사를 중단했으나 일부 복음주의 개신교회는 예배를 계속했다. AP 통신은 “중남미에서 복음주의 교회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들에도 복음 전파를 이어갔다”라며 “많은 국가에서 교회들이 공중보건 지침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하거나 집 등 다른 장소에서 목회를 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에서도 미사를 중단한 가톨릭과 달리 복음주의 개신교는 예배를 이어갔다. 브라질 동부 국경지역의 원주민 지도자인 베투 마루부는 AP에 “일부 주민들이 도시의 복음주의 교회 예배에 참석한 후 바이러스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온다”라며 교회 예배가 주민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교회 문을 닫은 후에도 아픈 신자들을 돌보다가 감염돼 목숨을 잃는 목사들도 있다. 지난달 코로나19로 사망한 볼리비아 70대 목사의 아들은 AP에 “아버지는 항상 신도와 가까우셨고 사람들을 돕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음식과 평화를 전하셨다”라고 말했다.
일부 교회는 마스크를 쓰고 신도석 간격을 넓히는 등 방역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회들도 있다.